▲ 지난 2월 16일 대전 한국원자력연구원 앞(연합DB) |
지역 정치권 한목소리로 “대전 시민 안전 최우선 돼야”
시민단체 원자력연구원 연구기능 상실… 해체까지 언급돼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수년간 규정을 어기고 방사성폐기물을 무단 폐기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지역사회가 들끓고 있다.
원자력 기술 연구개발도 물론 중요하지만, 연구에 앞서 지역민 ‘안전’이 최우선시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지난 20일 지난 원자력연의 방사성폐기물 관리실태를 조사한 결과, 36건의 원자력안전법 위반사항을 발표했다.
원자력연은 제염실험에 쓴 콘크리트 0.2t을 일반 콘크리트에 섞어 버리고 방사성 물질에 오염된 물 1t를 빗물관에 흘려보냈다.
또 방사선관리구역에서 나온 폐기물을 절차를 무시하고 녹이거나 폐기했으며, 중요한 기록을 조작 또는 누락하기도 했다.
지역사회는 이번 원자력연 사태가 개인의 도덕적 해이나 연구 절차상 잘못이 아닌 관행적인 안전 불감증 때문에 발생한 문제로 본다.
정부가 원자력연에 특권을 부여해 규제 사각지대에 놓일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지역 정치권이 한목소리로 원자력연 ‘안전 불감증’에 대해 규탄했다.
더불어민주당 대전선거대책위원회는 “원자력연은 방사성폐기물 무단폐기 등 불법행위와 관련 대전시의 요구를 수용하고 책임자 처벌과 시민안전대책 수립 등이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은권 자유한국당 대전선대위원장은 “원자력의 대국민 사과, 위법사항에 대한 시민검증 수용, 진·출입 차량 방사능측정시스템 구축, 국회 차원의 국민안전 진상 규명 등이 필요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당 대전선대위는 21일 오전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당 차원에서 대응하기로 결정했다.
바른정당 대전시당도 논평을 내고 “시민 안전을 위협하는 원자력연구원의 불법행위가 도를 넘었다”며 “핵폐기물 처리를 불법, 위법한 방법으로 처리한 것도 모자라 이를 축소하고 은폐한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노동당 대전시당은 “장기간 불법과 비리가 이어지는 건 원자력연구원의 구조적 문제”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원자력 안전 문제는 정치권의 관심이 꾸준히 있어야만 풀 수 있다.
시민단체와 지방자치단체는 연구기능이 없는 시설을 폐쇄하거나 원자력연을 해체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했다.
대전시는 연구목적이 아닌 시설이 연구원 내에 있는 문제를 지적하며 “원자력연 내 가연성폐기물처분시설과 용융로는 원자력연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데도 시민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는 만큼 해당 시설의 운영을 중단하고 장기적으로는 폐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핵재처리실험저지 30km연대는 기자회견에서 “우리나라 과학기술계 최고 엘리트가 벌이는 일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원자력연은 회복 불가능한 도덕적 해이에 빠졌다”며 “정부는 범죄집단 원자력연구원을 당장 해체하고 이번 사태의 책임자와 관련자를 구속 처벌하라”고 주장했다.
대전환경운동연합도 논평을 통해 “무책임한 연구자 집단에 더는 관용을 베풀어서는 안 된다”며 “이번 기회에 원자력연을 해체하고 재편하는 등 과감한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소망 기자 somangchoi@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