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병찬 한밭대 산업경영공학과 교수 |
한국의 지역주의는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로 심각한 문제다. 지역주의 선거가 발생한 원인은 한국사회의 독특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는 지연에 근거한다는 의견이 있다. 지역주의 투표가 처음 나타난 것은 군사 쿠데타 이후 최초의 선거였던 1963년 대통령 선거로 유권자들은 남한 내에서 북쪽 지역과 남쪽 지역으로 나뉘었다. 당시의 후보였던 윤보선과 박정희는 모두 자신의 고향에서 더 많은 표를 얻었으나 이 선거는 현재의 지역 갈등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현재는 주로 지역감정이 영남 대 호남, 혹은 호남 대 비호남 사이이기 때문이다. 1972년 대통령 선거에서 영남 출신의 박정희 후보가 호남 출신의 김대중 후보와 맞서게 됨으로써 영남 대 호남의 대결이 최초로 나타났다. 그 후 대통령 직접 선거는 1972년 권위주의 유신정권의 등장으로 인해 폐지됐다. ‘지역주의’는 자기 지역중심주의로서 지역 내부의 단결성과 주체성의 고양, 다른 지역에 대한 경쟁이나 배타성으로 표출된다. 지역주의적 정치세력화를 통한 정치동원은 자칫 지역할거주의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으며, ‘지역갈등’은 지역주의적 속성에 따라 둘 이상의 지역 간에 정치, 경제적 이해관계가 경쟁적으로 충돌하면서 발생하는 갈등을 의미한다. 한국정치에서 기존의 지역주의가 영호남이라는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한 상대적 성격이었다면 정권교체 된 국민의 정부 이후의 지역주의는 각 지역이 서로 자기 지역의 정치경제적 소외감을 호소하는 절대적 성격이라는 점에서 새롭게 전개되는 지역주의, 즉 신 지역주의라고 일컫는 견해까지도 나타나고 있다.
과거 수십 년간의 한국정치가 해결치 못했던 왜곡된 발전의 상처를 치유하자면 이제는 무조건적인 지역주의 대결이 아니라 상호 협의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정치구조의 형성이 전제돼야 한다. 지역주의를 해체하려면 정치인, 국민 그리고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 정치인들은 지역주의에 기대 당선되려 하지 말고 정책으로 승부해야 한다. 국민은 정권에 대한 섭섭함만으로, 집권자가 자기 지역 출신이라는 이유로만 표를 던질 것이 아니라 꼼꼼히 공약과 인물을 따져봐야 한다. 한국정치에서 정당이 과연 얼마나 국민의 이익을 대변했는지는 의문이다. 특히 언론은 지역주의를 조장하는 듯한 기사를 자제해야 해야 한다. 누가 지역주의와 관련해 어떠한 발언을 했는지 굳이 그렇게 크게 보도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무엇보다도 지역주의를 극복하려면 지역주의에 기반을 둔 투표는 극복하기 어렵다는 패배의식을 벗어야 한다.
2016년 초에 열린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의 화두는 4차 산업혁명이었다. 다보스 포럼 회장 클라우스 슈밥은 4차 산업혁명이 이전의 혁명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며 생활방식, 업무방식을 비롯한 모든 일상을 모조리 바꿀 것이라고 진단했다. 따라서 국가의 경쟁력확보가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이젠 정치과정에서 보다 합리적인 방향의 경쟁구조가 확립돼야 할 때이다. 지역주의가 반드시 정치발전에 해악을 준 것만은 결코 아니지만 이젠 보다 합리적으로 정치의 틀을 새로 마련해야 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지역을 초월해 국가 경쟁력제고를 위한 지혜를 모으는 것이 국가경쟁력강화를 위한 첫걸음이다.
민병찬 한밭대 산업경영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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