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장애인 부양 의무제. 그 억겁의 굴레를 끊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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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보기]장애인 부양 의무제. 그 억겁의 굴레를 끊자

  • 승인 2017-04-13 16:00
  • 신문게재 2017-04-14 23면
  • 김명희 우송대 사회복지아동학부 교수김명희 우송대 사회복지아동학부 교수
▲ 김명희 우송대 사회복지아동학부 교수
▲ 김명희 우송대 사회복지아동학부 교수
“내가 내 손으로 내 자식을 죽였습니다.”

50대의 어머니는 28년을 보살펴 온 아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자신은 살인범으로 체포되는 비극을 스스로 만들었다. 어머니에게서 목숨을 읽은 아들은 지적장애 2급. 특수학교 졸업 후 복지관 등을 이용했지만, 전적으로 어머니의 손에 자라왔다. 이것뿐 만이 아니다. 17세 지적 장애를 가진 아들을 돌보던 아버지는 신변을 비관해 아들을 목 졸라 죽이고, 자신마저도 투신했다. 가족이 가족을 죽이는 천륜을 거슬리는 행위. 우리는 그들을 비난할 수 있을까.

선택하지 않았지만 책임져야 하는 남들과 다른 모양의 삶. 그것이 오늘의 대한민국의 장애인과 그 가족에 대한 현실이다. 그들은 왜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을까. 나는 그 원인을 부양 의무제에서 찾고자 한다. 우리나라에는 장애인 가족에게 국가가 법으로 제도화한 부양 의무제가 있다. 부양 의무제란 소득이 최저생계비에 못 미치는 빈곤층이라도 직계 부양의무자가 일정 부분 소득이 있거나 일정 기준 이상의 재산이 있으면 기초생활수급자가 될 수 없도록 한 조항이다. 가족 중에 일할 수 있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수급이 줄거나 끊기는데 비취업자 역시 노동 가능 인구로 본다는 것이다.

장애의 원인은 후천적 원인이 90.0%로 가장 높다. 장애인 구성원이 있는 가족의 문제는 더는 남의 일이 아니다. 삶의 어느 순간에 그 낯설던 삶의 주인공이 내가 될 수 있다는 가정이 늘 존재한다는 것이다. 장애인 구성원이 있는 가족은 장애인을 돌보아야 하는 현실적 문제가 있다. 양육과 보호의 어려움뿐만 아니라 장애를 가졌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데 따른 심리적 문제도 있다. 일반적으로 장애인 가족은 사회생활에도 제약을 받는다. 장애가 중증일수록 이런 어려움은 더욱 커지고, 장애에 따른 부가적 비용문제로 인해 경제적 부담을 갖게 된다. 그럼에도, 부모들은 항상 온갖 노력을 다한다. 키워보지 못한 사람들은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의 정성과 노력이라고 장애인 부모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부모 노릇을 잘 해내기 위한 시간이 길어질수록 경제적 추락을 경험하는 가정이 허다하다. 부양 의무제의 굴레에서 부모들의 최선은 허덕이게 되고 주저앉게 된다.

우리나라 2015년 기준 GDP대비 사회복지지출 비율은 10.4%로 28개 OECD 조사 대상국 가운데 최하위이며, OECD 평균 22.4%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다. 특히 장애인 복지는 더욱 처참하여 한국은 0.49%로 GDP대비 복지예산이 가장 낮은 국가로 OECD 평균 1.79%의 1/4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국민은 국가의 자원이다. 국가의 자원은 보존하고 개발하는 것이 원칙이다.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면 누구 하나도 예외 없이 거시적인 국가의 보호를 받아야 하고, 그에 상응하는 기능을 해야 한다. 국가의 성장을 위해서 우리는 밀어두었던 자원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제는 우리도 그들이 건강할 수 있도록 수혈을 해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가장 기본적인 삶을 위해 그들은 기어가며 굴러가며 부르짖는다. 족쇄가 돼 자식을 살해하고 목숨을 끊는 일이 없도록 하는 최소한의 보호 조치, ‘부양 의무제 폐지’를 원하는 것이다. 억겁의 인연으로 만난다는 가족! 그 인연 때문에 오롯이 혼자 짊어져야 했던 삶의 무게를 국가는 기꺼이 나누어져야 한다. 더는 귀한 생명을, 국가의 빛나는 자원을 죽음으로 내몰아서는 안 된다.

장애인들과 사회적 약자들의 생존과 평등한 삶을 위해 부양의무제 폐지는 중대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언제쯤이어야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정상적인 생활을 누려야 하는 정상화 원칙이 구현되는 날이 오는 것일까. 우리는 혹 장애인은 남의 일이라고 철저하게 분리되어 살고 있지는 않은지 우리가 원하는 복지국가로의 첫걸음은 타인에 대한 관심. 인권에 대한 감수성을 가진 것으로부터 출발한다고 생각한다.

김명희 우송대 사회복지아동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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