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춘아 대전문화재단 대표 |
# 지역을 디자인하는 힘: 일본 시가현 다케오 시는 인구 5만의 지방 소도시다. 이곳 공공도서관에 과감한 개념을 끌어들인 히와타시 시장은 이렇게 말한다. “어떤 일이건 실제로 시도해 보면 95%는 실패합니다. 어차피 모험을 할 바엔 성공할 수 있는 쪽, 언뜻 봐서는 있을 수 없을 것처럼 보이는 반대쪽, 즉 5%의 가능성에 거는 것입니다. 그리고 최선을 다해 가능성을 추구하는 것이 제가 생각하는 기획입니다.” 인터넷 매체에 빼앗긴 95%가 아닌 시간이 남을 때에는 도서관에 갈 수도 있다는 5%에 과감하게 투자했고 5%의 기회를 확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물론 여기에는 건축적인 디자인 이전에 지적자본의 중요성이 깔려있다. 시립도서관을 두뇌의 연산장치를 연결해주는 장소로 기능하도록 한 것이다. 이러한 철학은 교육방식에도 연계돼 이 도시의 총 11개 초등학교 아동 3000명에게 태블릿 단말기를 배포해 수업에 활용하게 했다. 태블릿으로 각자 배울 내용을 집에서 예습해오고 학교 수업은 그것을 확인하고 정착시키는 장으로 활용하게 했다. 학습방법의 반전이라 할 수 있다. 인구 5만의 지방소도시는 이렇게 교육이 디자인됐고 시립도서관 건립에는 츠타야서점의 감성적 건축방식을 끌어들였다. 물리적인 장소에 사람을 모으려면 인터넷상에는 절대로 존재하지 않는 것을 의식적으로 도입했다고 하는데 그것은 바람이나 빛, 그리고 그것들이 만들어내는 편안함이라는 것이다. 공간과 공간의 사이에 비쳐 드는 햇살과 그늘의 조화, 빛이 풍경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고안하고 건축적으로 디자인한 것이다. ‘나는 기획한다. 고로 존재한다.’ 책 표지 뒷면에 뽑아놓은 활자의 의미가 와 닿는다. 13개월간 100만 여명이 다녀간 도서관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지적자본에 반드시 결합되어야할 요소인 문화적 감성을 디자인한 것이다.
# 고객 가치: 혁신이라는 단어의 중심에 있는 개념이 ‘고객 가치’다. 고객 가치의 관점에서 대전문화재단이 운영하고 있는 문학관, 테미창작센터, 전수회관, 전통나래관, 예술가의집을 점검해 보았다. 이들 문화공간은 공연과 전시를 보러가는 문화플랫폼이고 주요 고객은 문화예술가, 문화예술동호회원, 일반관람객들이다. 관리의 관점이 아닌 이용고객 특히 첫 방문고객의 입장이 되어 생각을 해보니 고객을 맞이하는 입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환대의 느낌이 부족하다. 사람들이 몰리는 시간대에는 주차가 쉽지 않고 마음이 급할 때는 출입구 찾기가 쉽지 않거나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짜증과 답답함이 모처럼의 공연과 전시 관람의 진입장벽이 된다. 이를 개선해보기 위해 건축가들과 함께 문화플랫폼들을 돌아보며 고객의 입장에서 점검해보고 재생의 차원에서 디자인해 볼 작정이다.
이춘아 대전문화재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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