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희정 대전작가회의 회장 |
프레임이라는 단어를 단순번역하면 틀이 된다. 의역하면 시선이다. 한 개인의 시선이 모여 거대한 사회적 패러다임(인식의 체계)이 된다. 하나의 시선이 단지 그것으로 끝나면 벽에 걸린 그림의 틀이 되고, 심하면 남을 옥죄는 올가미가 되지만 그 틀이 공동체의 의미를 담으면 사회를 움직일 수 있는 거대한 패러다임을 만드는 핵이 된다. 그런데 이게 또 묘한 게 사회를 지배하던 패러다임이 세월이 지나면 낡은 프레임이 되고 만다.
작년 촛불광장에서 가장 많이 나온 말을 하나의 단어로 정리해 본다면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지금 한국사회가 가지고 있는 패러다임은 지도자만의 프레임이 되고 말았다는 것이 광장의 목소리다. 장남이 집안을 일으켜 세워야 한다는 말이나, 대기업이 한국 경제를 책임져야 한다는 말이나, 소위 일류대가 있어야 인재양성을 잘 할 수 있다는 말은 한 때 프레임을 거쳐 패러다임일 수 있었지만 지금 한국사회에서는 행복의 걸림돌이다. 출세를 해야만 행복해진다고 수십년간 말해왔는데 모두가 출세할 수는 없다는 단순한 사실을 이제야 깨달은 셈이다. 대부분 불행한 우리에게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해졌다. 덕분에 유권자의 시선을 끌어야하는 정치인들은 오늘도 끊임없이 프레임을 만들어 내고 있다. 좋은 프레임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우뚝 서서 미래의 동력이 되고 더 나은 사회로 가는 승차권이 된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서 광장에 선 국민들은 뼛속 깊숙이 어떤 것이 국민들에게 좋은 프레임인지 어떤 패러다임으로 세상이 변화해야 하는 지 명확하게 알고 있었다. 이제 이 말을 받들어 정치인들은 낡은 프레임을 버리고 새로운 프레임을 만들어 유권자의 시선을 잡아야 할 때다.
두 말 할 것 없이 프레임도 패러다임도 유권자의 행복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 한국사회가 이대로는 안 되고 반드시 변해야 한다는 것은 다수의 국민들의 생각에서 이미 드러났다. 그것을 어디에서부터 해야 하고 어떤 방법으로 해야 하는 지는 토론이 필요하겠지만 민주사회에서 마지막으로 쓸 수 있는 카드는 선거다.
선거는 후보자들의 프레임을 읽을 수 있다. 그 프레임이 국민들을 설득시키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여는 사회로 갈 수 있을 지 후보들을 가늠할 수 있는 잣대가 될 수밖에 없다. 후보자들의 공약을 읽고 생각하는 것은 유권자의 몫이겠지만 내가 행복할 수 있을까, 한 발 더 나아가서 내 이웃이 행복할 수 있을까, 더 나아간다면 우리 사회가 행복해 질 수 있을까가 우선이 되어야 한다. 누가 이 시대를 경영할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인가의 출발은 지도자가 만들어야 할 첫 프레임이다. 그가 좋은 프레임을 내세웠는데 유권자의 시선을 끌지 못한 것도 안타깝지만 낡아빠진 프레임에 머물고 있는 후보자를 보면 가로등 없이 밤 길을 걷는 절망감이 들 때가 있다.
광장에서 촛불과 태극기를 놓고 프레임 전쟁은 충분히 했다. 이것을 놓고 국민 분열이다 아니다의 말이 언론의 주요 메뉴가 되었다. 탄핵정국에 예상한 일이었다. 결국 그 어떤 것이 되었든 국민의 마음을 얻지 않고서는 한 발자국도 뗄 수 없다. 광장에서 촛불을 들었든 태극기를 들었든 아니면 광장에 참여하지 않고 티브이를 통해 지켜보았든, 국민의 시선을 끄는 행복한 프레임이 있어야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 수 있다.
김희정 대전작가회의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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