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낙운 충남도의원 |
지난해 말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는 일가족 3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17명이 부상당하는 대형 참사가 되었다. 화재가 난 아파트는 위급할 경우에 인접 세대로 대피하기 위한 경량칸막이가 설치되어 있었지만 피해자들은 이런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참사를 당한 것이다.
경량칸막이란 아파트 발코니에 두께 1cm 미만의 석고보드 등의 재질로 만들어진 얇은 칸막이로 화재가 발생하였을 경우 주먹이나 둔기로 부수고 옆집으로 대피할 수 있는 비상 탈출구이다. 작은 충격으로도 쉽게 파괴가 되기 때문에 여성이나 어린이도 평소 사용법을 숙지한다면 사용이 가능한 피난시설이다.
지난 1992년 7월 주택법 개정으로 건축허가를 받은 3층 이상 아파트는 발코니에 파괴하기 쉬운 경량칸막이로 세대 간 경계벽을 설치하는 것을 의무화하였고, 2005년 12월 이후에는 4층 이상인 층의 각 세대가 2개 이상의 직통계단을 사용할 수 없는 경우 (편복도형 아파트가 아닌 경우) 발코니에 인접세대와 공동으로 또는 세대별로 대피공간을 설치하거나 경량칸막이 또는 하향식 피난사다리를 선택적으로 설치토록 하고 있다. 아파트마다 대피시설과 피난기구의 위치가 다르므로 우리집의 상황이 어떤지 꼭 확인해야 한다.
이처럼 공동주택은 화재와 같은 긴급한 상황에 봉착하면 대피할 수 있도록 피난시설을 갖추고 있지만 정작 거주자들은 이를 모르기 때문에 캐비넷이나 가구를 비치해 피난통로로서 역할을 차단하기 때문에 스스로 참사를 부르는 안타까운 실정이다.
최근에 발생한 아파트 화재의 인명피해도 대부분 경량칸막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탓이다. 내가 사는 아파트에는 어떠한 구조의 대피시설이 있는지 확인해야 하며, 내 가족과 우리 이웃이 위급시 대피할 수 있도록 경량칸막이를 점검하고 물건을 쌓아두지 않는 일은 우리 모두의 행복을 위한 필수 조건인 것이다.
무서운 화마(火魔)로부터 모두를 구할 수 있는 탈출구인 경량칸막이의 중요성을 다시금 인식하는 계기가 되길 바라며 더 이상 무관심과 외면당하는 일이 있어서는 결코 안 된다.
화재는 언제 어디서든 우리 곁에 예고 없이 찾아올 수 있다.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에도 비상시 탈출이 가능한 경량칸막이가 있는지? 어떤 종류의 피난시설이 있는지? 가족 모두 꼼꼼히 확인하고 장애가 되는 것들은 미리미리 점검해야 한다.
유사시 인명 피해를 예방할 수 있도록 가족 구성원 모두 소화기와 옥내소화전 사용법을 평소에 익혀 두고 경량칸막이 벽과 대피 공간 위치를 숙지해야 한다. 또 대피 공간만큼은 절대 다른 용도로 사용하지 않도록 하고 정전에 대비해 휴대용 손전등을 비치해 두는 생활의 지혜도 필요하다.
그리고 공동주택 입주자 대표와 관리소장은 ‘우리 집 대피경로’ 표지판 등을 공동 제작하여 세대별로 부착하게 하고 어린 자녀와 부모님으로 하여금 대피경로를 숙지하게 함으로써 보호자 없이도 차분하게 대피하게 한다면 안전하고 쾌적한 주거공간으로 거듭날 것이다.
‘안전에는 마침표가 없다’ 법과 제도로 안전장치를 마련해 놓아도 주민 스스로 따르지 않는다면 정작 화재 등 긴급 상황이 발생하여 탈출구가 필요할 때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이 글의 제목만 보고도 경량칸막이나 피난사다리의 의미를 되새기는 사람은 유사시 침착하게 비상탈출을 할 것이고 아파트에서 무슨 화재가 난다고 그러느냐고 무시하는 사람은 위기가 발생하면 정신을 잃고 매연에 질식되어 참사를 당하는 경우가 발생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사회의 가장 기초적인 단위인 가정에서부터 화재예방과 대피를 위한 부모들의 관심과 교육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해마다 주택화재로 피해를 입는 사람이 수백 명에 달하는 만큼,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제도적인 예방이나 대응과 함께 일차적인 개인의 안전은 관심과 규정준수로 확보해야 한다.
시민들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관심과 노력으로 더 이상 안타까운 인재가 발생하지 않는 안전 충남을 기대해본다.
전낙운 충남도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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