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적응할 것인가, 이끌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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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보기]적응할 것인가, 이끌 것인가

  • 승인 2017-02-23 10:56
  • 신문게재 2017-02-24 23면
  • 최태호 중부대 한국어학과 교수최태호 중부대 한국어학과 교수
▲ 최태호 중부대 한국어학과 교수
▲ 최태호 중부대 한국어학과 교수
필자는 참으로 험난한 시대에 태어났다. 6·25 끝난 후 얼마 되지 않은 때라 어려서는 기동훈련하는 것을 보면서 자랐다. 산에서 탄피와 철모 등을 주워 엿과 바꿔 먹기도 하였고, 가끔은 대검을 줍기도 했다. 산 속 외딴집에 살아서 호롱불을 켜서 어둠을 밝혔다. 초등학교에 입학할 무렵에 남포(lamp)가 등장했는데, 얼마나 밝았던지 생각만 해도 희한했다. 저녁 무렵이면 마루에 앉아 호야(남포불을 감싸는 유리)를 닦는 것도 재미가 쏠쏠했다. 더 밝아지는 것을 기대하며 그을음을 제거하는 재미가 있었다. 그리고 5학년 때 전기가 처음 마을에 들어왔다. 외딴집에서 마을로 내려와서 그런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처음으로 5촉짜리 전깃불을 보았고, 대낮같이 밝음에 또 놀랐다. 지금 5촉짜리 전구라면 거의 대부분이 비웃을 것이다. 보통 가정집에서 30촉 내지 60촉짜리 전구를 켜고 있다. 요즘은 와트라는 개념을 쓰지만 그 때는 촛불 몇 개라는 뜻으로 촉이라는 말을 썼다. 5촉은 촛불 다섯 개 밝기와 같다는 뜻이다.

그 때부터 지금까지 불과 50여 년 지났다. 지난 번에 올린 글에 마차 100대 연결한다고 기차가 되느냐는 말을 했다. 아무리 해도 마차는 마차다. 50여 년만에 마차는 모두 없어지고 기차도 KTX처럼 빠른 것만 남았다. 중요한 것은 달구지를 몰던 세대와 KTX를 타는 세대가 공존한다는 것이다. 고무신 살 돈이 없어서 송판에 타이어 잘라 못을 박아서 신고 다니던 친구들도 있었다. 당시 필자의 꿈도 하얀 고무신 신는 것이었다. 그 때를 생각해서 대학시절 4년 동안 백구두(하얀 고무신)를 신고 다녔던 기억이 새롭다. 그래서 얻은 별명이 백구두도사였다. 아무튼 검정고무신에서 하얀 고무신으로 넘어가던 시절에 비해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빠르다. 컴퓨터의 발달로 조금은 편해질 줄 알았는데, 변화의 속도만 빨라졌을 뿐이지 노동의 강도나 시간은 변하지 않았다. 그 시절이나 지금이나 늘 피곤하고 바쁘게 살기는 마찬가지다. 오히려 그 당시 어른들은 냇가에서 천렵을 즐기던 낭만(?)이라도 있었는데, 지금은 큰 맘 먹지 않으면 시간 내기가 쉽지 않다. 변화의 속도가 빠르다고 적응하지 않고 낙오될 수는 없다. 열심히 컴퓨터도 배우고 인터넷도 해 본다. 그런데 벌써 4차산업혁명이라고 해서 인공지능이 인간을 능가하려고 한다.

따라가기도 힘든 판국에 이끌고 가라고 하면 화를 낼 독자가 많을 것이다. 정말로 정신없이 배우다가 세상을 하직하기에는 인생이 너무 아깝다. 그래서 노자는 지식을 폐하라고 했는가 보다. 대자연의 진리를 인간의 지식으로 판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저 극복하려고 노력할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공지능(AI)은 인간을 넘어서려고 하고 있다. 사실 말이 그렇지 기계가 인간을 넘어설 수는 없다. 각각의 분야에서 조금 앞서는 것이 있을 뿐이다. 기계는 입력해 놓은 데이터를 종합해서 분석할 뿐이다. 물론 그것을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하기도 한다. 트럼프가 당선될 것이라는 인공지능의 예측은 100% 적중했다. 많은 자료를 가지고 종합한 결과가 그렇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감성을 지니고 있다. 기계가 갖고 있지 않은 강점을 살려야 한다. 그것이 인성이다. 다양한 분야를 융합하고 복합적으로 판단하여 창의적인 방식을 고안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인간이 기계를 따라갈 수밖에 없다. 기계에게 지배받지 않으려면 창의적인 인간으로 성장하도록 지도해야 한다. 암기중심의 현행 교육으로는 불가능하다. 즐기면서 토론하고 논쟁으로 사고력을 키울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 기억하는 것은 기계에게 맡기자. 아직도 학교 교육에서는 컬럼버스가 미국을 발견했다고 가르치는지 궁금하다. 컬럼버스가 미국에 당도했을 때는 이미 원주민들이 살고 있었다. 그들이 발견자인 것이다.

미래를 이끌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과거를 얘기하면 노인이다. 미래를 바라보자. 없어질 직업교육을 하고 있지는 않은가 반성해 본다.

최태호 중부대 한국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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