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춘아 대전문화재단 대표 |
# 역사의식이라는 단어는 알고 있었지만 현재의 내 삶과 너의 삶이 모여 문화가 되고 역사가 될 것이라는 인식까지는 없었다. 겨울나기를 준비하는 하나의 생활행태였던 김장이 세계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되었다는 소식에 접했을 때 생소했던 느낌. 과거가 아닌 현재 진행 중인 매년 나도 하고 있는 김장이 무형유산이었고 그것도 세계무형유산에 포함되었다는 놀라운 느낌은, 내가 하고 있는 행위가 문화유산이 된다는 것이었다. 역대 조선왕과 왕후들의 신주들을 모시고 있는 종묘는 유형문화유산이고 종묘제례는 무형문화유산이라는 구분을 통해 유형과 무형을 구별했었다. 종묘제례와 제례악이 국가무형문화재 제1호임을 시험 보듯 외웠던 단어들이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을 때 무형문화유산이라는 단어를 머릿속에 다시 인식하게 되었다. '세계'라는 단어가 들어가면 화들짝 다시 보게 되는 효과가 있다. 세계무형문화유산에 종묘제례 및 종묘제례악, 판소리가 등재된 이후 아리랑, 김장문화도 등재되었다. 예능과 기능중심에서 지역민의 일상에 담긴 공동체 문화도 문화유산에 포함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지역문화진흥을 위한 무형문화유산 교육의 역할'이란 강의원고를 쓴 적이 있다. 그 당시 내게 와 닿았던 것은 지역문화, 라는 화두 속에서 풀어가려고 했던 개념들이 무형문화유산과 맞닿아있었기 때문이다. 2015년 3월 유네스코 기준에 맞춘 [무형문화재 보전 및 진흥에 관한 법률]이 통과되었다. [지역문화진흥법]은 그보다 앞선 2014년 12월에 제정되었다. 유사한 시기에 만들어진 법조문에 담긴 '지역문화'는 공통의 역사적 문화적 정체성을 이루고 있는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유형 무형의 문화적 활동이다. '무형유산'은 공동체와 환경 자연과의 상호작용에 따라 끊임없이 재창조되고 정체감, 문화적 다양성, 창의성 존중이 핵심이다. 지역문화진흥의 차원에서 유사한 개념을 포괄하고 있는 무형문화유산 교육을 강조하자는 것이었다. 그동안 예능과 기능 전수교육 중심의 무형유산교육 목표를 일반 지역민을 대상으로 일상생활 속의 공동체문화의 의미를 되살리는 문화교육 프로그램으로 확장시켜나가야 한다는 취지였다.
# 그러면 스스로를 존중받을 수 있는 사람들의 가치를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그 해답을 찾기 위해서는 문화가 밥 먹여주나? 라거나 교양이나 여가 취미 정도로 여길 수도 있지만, 우리가 생활 속에서 해나가는 행위들이 문화로 축적되어 문화유산이 된다는 인식에서부터 출발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출발점에서 무형의 문화유산을 사회교육의 목표로 설정하여 확산시켜나가야 한다. 여기에 교육적 가치를 부연하면 무형문화유산은 그 원형의 틀을 바탕으로 학습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창조의 여백을 제공할 수 있는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무형유산 관련 꿈다락토요문화학교 프로그램에 참여한 어린이가 한 말이다. “이런 것도 무형문화재가 되네요.” 참고로 무형문화재 전수시설을 두 곳이나 운영하고 있는 곳은 대전이 전국 유일하다.
이춘아 대전문화재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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