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문화야, 괜찮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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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보기]문화야, 괜찮니

  • 승인 2017-01-12 11:40
  • 신문게재 2017-01-13 23면
  • 이춘아 대전문화재단 대표이춘아 대전문화재단 대표
▲ 이춘아 대전문화재단 대표
▲ 이춘아 대전문화재단 대표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라는 인사말을 대체할 만한 것은 없을까, 매년 고민해봤지만 그 이상 능가할만한 표현을 찾지 못했다. 누군가에게 복을 많이 받으라고 하는 것이 주제넘은 것 같기 때문이었다. 며칠 전 법정의 일기일회(一期一會)라는 책을 펼쳤는데 이 문구가 들어왔다. 복은 인간을 형성하는 기본요소라는 것. 석가모니 부처님도 참선을 통해 부처가 된 줄 알았는데 복을 많이 지어서 그 복의 힘으로 깨달음에 이르렀음이 경전에 여러 번 나왔다는 것이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란 인사를 바꿔 말하면 '복 많이 지으십시오'라는 표현과 같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신년 인사가 오랫동안 우리이 생활 습속으로 자리 잡아 온 것이었음과, 복을 짓는다는 것이 온 우주와 연결되어 있는 관계망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음도 알게 되었다.

# 작년 10월 말 서울 성북구에서 개최된 전국 문화활동가 대회명은 <문화야, 괜찮니> 였다. SNS로 실시간 조사한 명칭 중 가장 표를 많이 얻었다. 나도 이 문구에 한 표를 던졌다. 이 대회는 준비과정에 오랜 시간과 정성이 들어가고 있음을 느끼게 했다. 참여할 조직위원들을 공개모집하였고 대회 명칭에서부터 방향과 구성, 대회비용 모금 등의 결정과정을 실시간 알려주었다. 정작 시간이 없어 참여하지 못한 나같은 사람에게도 준비 과정에 동참하고 있다는 느낌을 계속 갖게 해주었다는 것만으로도 성공한 방식이었다.

# 3일간 진행된 <문화야, 괜찮니>를 묻는 프로그램은 최근 문화계의 각종 이슈를 담고 있어 좀 길지만 열거해본다. 공유와 협치의 실험실 '성북'풍문으로 들었소/ 젠트리피케이션과 도시정치/ 안녕, 문화활동가 어색해도 괜찮아/ 문화활동가 세대 간 차이와 연결에 대해/ 지역문화재단,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공유지를 탈환하라: 도시 공공 공간의 재점유를 위한 새로운 전략/ 문화운동의 새로운 흐름/ 천하제일문화활동가 실패담/ 예술노동의 여러 가지 쟁점들/ 눈물없이 끈질기게 폼나게 생존하기/ 예술강사 노동실태 개선방안/ 문화기획은 어떻게 세상을 변화시키나/ 사회적 재난과 문화적 개입.

# 청년이 지자체의 화두이다. 대전문화재단도 청년예술가에 초점을 맞춘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최근 대전문화재단이 설명회를 갖고 공모에 들어간 청년예술가 지원 프로그램인 '차세대 아티스타ArtiStar'가 있다. 이 프로그램의 특징은 공적 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에 있다. 작품을 만들어 공연하고 전시하는 지원이 아닌, 참여작가들의 자기주도적 기획과 실현가능성에 초점을 둔다. 예컨대 어떤 청년작가는 베니스 비엔날레를 탐방하여 수 만장의 사진과 영상을 정리하고 수차례 발표도 하고 비엔날레 참여작가에 대한 조사 보고서를 제출하면서 향후 작가 본인의 작업에 대한 전반적인 고민인 예술가로서 가치관, 예술관을 정립하는데 주력한다. 단순 창작활동 지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작가로서 성장해나가기 위한 역량을 지원하는 방식인 것이다.

# 역량 쌓기 한 단계 높은 지원 사례를 들어본다. 박형준이라는 작가 이야기이다. 이 작가는 예술과 과학 특히 의학 등 복합 장르에 관심을 갖고 작업해 왔는데 차세대아티스타 지원을 통해 유럽의 전문기관 3개국을 탐방하고 1차년 사업으로 독일 쉐핑엔 레지던시 입주작가 활동하면서 독일 현지 전시회를 열었고 2년차 사업으로 독일과 대전의 작업 성과물을 대전과 서울에서 각각 발표하였다. 이 작가는 2013년도에 '아티언스대전'에 참여했었고, 2014년도에는 테미예술창작센터 입주작가로 활동한 후, 2015~2016년 차세대아티스타 시각예술분야에 선정되었다. 몇 년간의 공적 지원을 통해 한 작가가 어떻게 성장해가고 있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사업명이 차세대아티스타 이다. 세계적인 작가로 커나가는데 대전과 한국이 한 작가의 성장가능성을 열어주었다고 감히 자랑할 수 있다. 청년예술가들이여 도전해보시라!

이춘아 대전문화재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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