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오호 통재라! 시일야 민성대노(是日也 民聲大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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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보기]오호 통재라! 시일야 민성대노(是日也 民聲大怒)

  • 승인 2016-12-01 11:20
  • 신문게재 2016-12-02 23면
  • 민병찬 한밭대 산업경영공학과 교수민병찬 한밭대 산업경영공학과 교수
▲ 민병찬 한밭대 산업경영공학과 교수
▲ 민병찬 한밭대 산업경영공학과 교수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국민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대통령의 책임을 묻는 시국선언이 이어지고, 전국 곳곳에서 대규모 집회와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지난 11월 12일, 민중총궐기 광화문 촛불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100만 명이라는 역대 최대 규모의 인파가 몰리면서 국민들의 분노가 어느 정도인지 실감케 했다. 정유라 입시 비리가 도화선이 되어 드러난 최순실 게이트라는 거대한 비리는 정치와 정부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키웠을 뿐 아니라, 비선에 의한 대한민국 국정농단이라는 세계적 망신을 초래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 중 행적과 그에 대한 평가를 살펴보면 대통령 당선 후 경제 정책으로는 복지, 경제민주화, 창조경제를 기본이념으로 하고 있으며, 장기 침체된 경제에 대한 해법으로는 최 경환 경제부총리의 금융 완화적 경기 부양방안인 초이코노믹스를 내세우고 있다. 대북정책으로는, 원칙에 입각한 대응을 중시하면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핵심 대북정책으로 하여 북한의 비핵화를 기반으로 한반도의 긴장 완화를 이룬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주요 대선 공약이었던 '증세 없는 복지' 공약과 사회통합 약속인 '100% 대한민국' 공약은 당선 후 노선이 수정되었거나 잘 지켜지지 못했다는 평을 듣는다. 특히 '국민대통합' 공약이 지켜지지 않은 것에 대한 비판이 있다. 박 대통령이 처음으로 중용한 인사인 윤창중 전 대변인, '의혹 백화점'으로 불리며 국방부 장관 후보에서 낙마한 김병관, 과거사 관련 교회 강연 논란으로 비판받으며 국무총리 후보에서 낙마한 문창극 등 폐쇄적이고 불투명한 과정을 거친 '수첩인사'로 임기 초기부터 많은 비판을 받아왔다. 박근혜 정부는 임기 중 발생한 세월호 침몰 사고 와 메르스 확산에 미숙하게 대처하여, 위기 대처 능력에 대해서도 많은 비판을 받았다. 두 사건 모두 초기 대응에 실패하여 사고의 여파를 키웠고, 정보 공개에 소극적으로 대처하여 국민들의 불안감과 정부에 대한 불신을 키웠다는 평이다. 최순실 비선 의혹이 제기될 당시에는 사실무근이라며 의혹을 일축한 바 있으며,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 이후는 진정성 없는 사과로 불신이 극에 달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세종시 문제, 2007년 대선 후보 경선 등을 통해 한 번 약속한 것은 반드시 지킨다거나 원칙을 중시한다는 이미지를 얻었다. 2012년 대선 후보로서, 이러한 이미지는 국정운영에서의 안정감에 대한 기대로 연결되었고, 대통령 당선에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는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대통령 당선 당시, 지지자들이 보았던 이미지와는 너무 다른 현실에 국민들의 분노는 극에 달하고 있다.

아직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의혹이 모두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최순실의 비리에 박근혜 대통령이 힘을 실어주었다는 사실과 최순실이 국정에 개입하였다는 명백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는 이상, 대통령으로서의 자격과 국민들의 신뢰를 상실한 것은 틀림없다. 최순실 게이트는 그간 있었던 측근 비리와는 다르다. 단순히 금전적인 비리에 머무른 것이 아니라, 국정 개입과 농간으로 대한민국의 시스템을 무너뜨리려 한 거대한 비리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는 대한민국의 시스템을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자 국민들의 명령이다. 이미 대통령직을 수행하기 불가능한 상황에 온 만큼 박근혜 대통령은 현명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 하야를 통해 국민들의 분노에 조금이나마 사죄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에 사는 모든 사람들에게는 개인적 삶을 영위하기 위한 많은 자유가 있다. 그러나 상황이나 위치에 따라 해서 될 일이 있고 해서는 결코 안 되는 일이 있다. 개인이 아닌 공인으로서 책임과 권한이 많을수록 할 수 있는 일과 해서는 용납되지 않는 일을 구분하는 선이 명확해야 한다. 백성을 사랑하는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만백성이 분노하는 일이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민병찬 한밭대 산업경영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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