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갑순 서산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 위원장 |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효력이 신통치 않았나 보다. VIP의 언어가 거친 기름이 되어 불꽃을 더 강하게 만들어냈다. 밤하늘을 밝힌 불꽃. 대한민국 미래를 향한 국민의 눈물은 그 속에서 타들어 갔다.
이제 새롭지도, 그렇다고 특별하지도 않다. 익숙한 풍경. 메지시를 담은 풍경은 대답을 요구하고, 상응하는 행동을 요구한다. 고(故) 백남기 어르신이 우리에게 던진 메시지도 그랬다.
농민들의 요구는 잘 살게 해달라는 게 아니다. 땀 흘린 만큼 보답을 받고자 했던 마음, 그게 전부다. 이런 처절한 외침에도 권력이라는 칼을 제멋대로 휘두르고, 떨어진 과실을 너무도 손쉽게 얻으려 했던 그런 자들의 치졸한 마음, 그것과는 너무도 다르다.
걱정이다. 우리의 농업. 한치 앞도 내다 볼 수 없는 시국이라는 이유로 농업이 천덕꾸러기가 되지 않을까 해서다.
절대로, 절대로 그렇게 돼서는 안 된다. 모두가 어렵고 힘든 시기다. 술잔을 부딪치며 들리는 소리가 그렇다. 한숨이 새어난다. 우리의 농업은 줄곧 그래왔다. 감각이 둔해지면 이성적 판단 또한 흐릿해진다.
그러나 입맛이란 게 간사해서 아무리 길들여도 새로운 자극에 쉽게 현혹된다. 수많은 경쟁자 중 쌀은 최고약자, 최약자에게는 홈어드밴티지가 주어져야 한다. 그래야 경쟁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쌀 직불금이라는 것을 고안해 냈다.
하지만 직불금이라는 보호 장구를 끼고 링에 올랐건만, 전패(全敗)라는 수모를 당했다. 이쯤 되면 새로운 비책도 나올법한데 심판은 뒷짐만 지고 있다.
작년, 전체농가의 68%가 1년간 농축산물 판매액이 1,000만 원도 안 된다고 한다. 대부분이 소규모 쌀 농가다.
쌀농사가 대풍이어도 시름만 가득한 쌀 농가의 주름을 펼 비책(祕策)은 없는가? 식량자급률 23%, 식량 주권 사수, 유전자변형농산물(GMO) 우려라는 경각심 고취만으로는 곤란하다.
설상가상으로 상식을 뒤집다시피 한 일이 있었다. 일명 ‘저탄고지’. 탄수화물을 적게 먹고, 지방을 많이 섭취하면 살이 빠진단다. 기발한 생각이다. 필자도 한번 해보고 싶은 충동을 느낄 정도니….
고기 위주의 앳킨스 다이어트. 일명 황제다이어트라 불렸다. 1970년대 이를 다이어트의 혁명이라 주창한 그는 72세에 120kg으로 생을 마감했다.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수많은 수단이 난무한다. 쉽게 가는 길을 택하고, 대중들은 열광한다. 그리고 그것이 진리인 양 맹신한다. 결국, 의학 전문가의 충고는 활자로만 남는다.
6면 큐브의 한쪽 면만 맞추긴 쉽다. 고도의 집중력과 판단력은 2면, 3면을 맞추면서 발휘된다. 여기에 약간의 상상력이 동원된다.
하지만, 조각난 상식의 재구성은 기준이 틀어져 버렸기에 제자리를 찾기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상식 밖의 일이 벌어지면서 쌀 소비는 더욱 급감했다. 쌀이 다이어트의 적이라는 보도에 –11%이던 역신장세가 –37%로 심화됐다.
저녁노을 속 들녘이 스산하다. 풍성했던 숱을 깎인 머리는 다시 자라면 되는데, 다시 자라도 답답한 농민의 마음은 무엇으로 위로하랴.
상식 밖의 일들이 일어나고, 일련의 과정들로 국민들이 힘들다. 청와대발(發) 충격 드라마도 그렇고, ‘저탄고지’라는 다이어트 비법도 그렇다.
문화는 폭탄 맞고, 경제는 시름하고 있다. 심지어 우리를 지탱했던 근면성과 성실성은 위정자들의 배신으로 시들해졌다.
평생 우직하게 농사만 짓고 땀 흘린 만큼 거둬들인 농민들의 눈에 비친 이 국가가 필경, 정상은 아닐 테다.
그래도 계절이 바뀌고 새 빛이 비치면, 일터로 나가야 하는 게 국민이고 우리의 농민이 아닌가. 암울한 국운 속에서도 그래도 중심을 잃지 않는 국민이 오늘을 산다.
회복력이 강한 것이 우리의 민주주의고, 우리의 생명산업, 농업이다.
지금의 위기를 딛고, 다시 일어설 용기가 필요한 때, 용기를 낼 수 있는 순수한 마음은 우리의 농촌에 있다. 다시 한 번 더 일어서야 한다.
장 갑 순 서산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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