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태호 중부대 한국어학과 교수 |
가을이 되면 단풍놀이 가는 노인단체가 많다. 잔치를 한 번 끝내고 나면 숱한 회한이 밀려온다. 선물을 받기 위해 몇 번을 왔다 갔다 하는 노인, 먼저 음식을 먹기 위해 행사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식당으로 달려가는 노인, 행사진행 중인데 선물 주는 곳으로 우르르 몰려드는 노인, 급하다고 남자화장실로 떼로 밀고 들어오는 할머니(아줌마)들. 이러한 모습을 보고 있으면 안타깝기만 하다.
못살던 시절의 트라우마가 우리의 어른들을 괴롭힌다. 하나라도 더 얻어다가 참석하지 못한 친구주려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정 때문에 갖은 수모를 당해야 한다.
이제는 이러한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야 한다. 배고프던 시절의 추억은 기억해야 하지만 그것의 노예가 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 이전 세대는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겪어야 했다. 그런 와중에 어려움에 대비하는 것이 습관화되었다. 대우받기보다는 실속을 찾는 것이 생활화된 것이다. 이제는 선진국의 시민답게 생활해야 한다.
세종대왕은 젊은 학자와 노신들과의 논쟁을 즐겼다. 젊은 사람은 진취적이고 늙은 대신은 보수성향이 강하다. 이들이 만나면 주로 노인들이 이야기하지만 철학논쟁에 들면 젊은이의 진취적 사고가 맞설 수도 있다.
논쟁의 가운데서 접점을 찾고자 하는 것이 세종의 생각이었다. 고정관념을 탈피하여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 노인들의 경험도 중요하고 젊은이의 진취적인 생각도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대중문화가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는 대부분이 고정관념을 탈피했을 때 발생하였다. 지금 유행하고 있는 난타가 그것이다. 부엌에서 사용하는 도마와 칼을 가지고 음악을 만들고, 그것에서 더 발전하여 퍼포먼스를 만들어냈다. 아무 것도 아닌 것이 값진 보석으로 변하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싸움기술로만 알고 있던 태권도가 춤으로 변하여 태권무를 선보였다. 거기에 아크로바트 같은 묘기를 더하여 세계인을 놀라게 한 것이 한국의 문화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 한글이 이미지를 입어 세계인의 옷이 되기도 했고, 한지가 변신하여 닥종이 인형으로 세계인을 놀라게 했다.
지금은 요리 시장도 석권해 가고 있다. 사실 한국의 음식문화는 세계적이지 못했다. 미국에 가면 중국음식, 이태리음식, 프랑스음식, 베트남 쌀국수, 인도네시아 볶음밥(나시꼬랭), 일본의 스시 등등 많이 아려진 것들이 잇는데, 한국의 음식은 유명하지 않았다.
비빔밥이나 불고기가 조금 있고, 설렁탕집이 몇 군데 있을 뿐이다. 중국음식점에는 서양인들이 넘치는데 한국음식점에는 한국인만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근자에 들면서 김치가 세계화되기 시작하였고(사실 이것도 일본의 기무치에 한 동안 고전하였다) 슬로우 푸드 시장이 발전하면서 한국의 죽이 이름을 올리기 시작했다. 오이소박이나 김밥 등도 이제 대중화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아직 이런 현상은 푸트트럭에서 주로 이용하는 수준이고 아직 매장을 석권하는 정도는 아니다. 다만 서서히 세계시장을 파고 들고 있는 것은 다행이라 하겠다.
김치를 들고 세계시장에 나가는 것이 박스사고를 탈피한 것이다. 부엌칼을 악기로 활용한 것이 고정관념을 깬 것이다.
한국은 이미 다문화사회가 되고 있는데 아직도 순혈주의에 갇혀 있는 사람들도 많다.
이중언어학교, 중도입국자학교 등 준비할 것도 많은데 아직도 부처 이기주의나 홍보성행사에 머물러 있지 않은지 반성해 본다.
최태호 중부대 한국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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