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춘아 대전문화재단대표 |
1990년대 이후 미술창작을 지원하기 위한 레지던시 프로그램이 우리나라에 도입된 이후 공사립 포함하여 140여개에 이를 정도로 많아졌다. 대전과 인구규모가 유사한 광주의 문화재단은 자체적으로 운영 중인 미디어아트 레지던시를 제외하고 2016년 한해 지원하는 사업소가 10여개에 이른다고 한다.
대전의 경우 2014년 테미도서관을 리모델링한 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가 현재 운영 중이다. 대전문화재단은 2017년 입주예술가를 오는 25일부터 30일까지 공개 모집하고 있다. 대상은 만25세 이상의 국내외 순수 시각예술가로 1,2차 심의를 통해 최대 8명 또는 팀을 선정한다. 선정된 입주예술가들에게는 개별 창작 스튜디오와 공동 창작공간(공동작업실, 미디어실 등)이 제공된다.
올해 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에 선정됐던 작가는 국내 작가5명, 해외작가5명이었다. 지난 달, 입주 작가들이 창작한 작품을 보여주는 오픈스튜디오에 갔었다. 그날은 전시 뿐 아니라 작가의 방을 공개해주었다. 방 자체가 작품이었다. 작품의 산실이라는 단어가 강하게 전해졌다. 이날은 작가들이 직접 자신의 작품을 설명해주니 전시장에서 그림을 볼 때와는 또 다른 무엇이 느껴졌다. 학생들에게 오케스트라 리허설을 보여주는 것이 정식 공연장에서 연주를 듣는 것 보다 더 효과적인 음악교육이 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연주할 곡을 완성시켜가는 과정을 보는 것, 작가들의 창작공간을 보면서 작품을 보는 것은 창작과정을 지켜보는 교육효과가 있다.
나는 한발 앞질러 프로그램을 만들 생각부터 했다. 작가들이 입주해있는 공간과 작품들을 상시 공개하여 학생들이나 일반인들의 예술창작공간 순례 코스로 넣으면 좋겠다, 이런 거였는데 말하는 순간 담당 직원으로부터 한말을 들었다. 레지던시 사업은 작가들이 작품을 창작하는 공간을 마련해주는 것인데, 그런 관광코스를 만드는 순간 애초 사업의 취지를 벗어나게 된다는 지적이었다. 나 같은 사람들이 많았는지 레지던시 사업과 관련한 정보를 취합해보니 광주 역시 레지던시 사업을 관광도시 자원으로 끌어들이면서 여러 가지 분란이 일고 있었다. 창작활동 지원이라는 본래의 취지에서 벗어나 대중들과 소통한다는 이유로 미술관이나 작업실을 상시 개방하거나 지원금을 내걸고 지역성을 압박하는 지자체들의 태도가 예술가들에게 큰 짐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예술성과 대중성 또는 관광용을 어떻게 조화롭게 할 것인가가 이미 지자체들과 문화재단의 고민으로 전면 부상되고 있었다.
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는 2014년부터 3년간 23명의 국내외 작가들의 창작산실이었다. 입주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해주는 것 이외 전시기간에는 내방객 관람서비스와 안내가 있었고, 예술가들의 역량강화를 위해 전문가를 연계해주어 기술과 이론을 지원해 주는가하면 자체 워크숍도 갖고 지역 간 연계 교류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테미예술창작센터 인근 주민과 소통하면서 지역리서치를 통해 커뮤니티 아트 영역으로도 확장시키도록 지원하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 입주를 희망하는 작가들의 지원율도 높은 편이다.
내년에는 1층 공간을 리모델링하여 지역민과 학생들에게 체험공간을 제공하게 된다. 물론 입주 작가들의 창작공간은 제한된다. 작가들의 창작공간은 연중 2회 오픈 스튜디오 기간에 개방된다.
일년에 딱 두 번 있을 입주예술가들의 비밀스런 창작 활동 공간이 열리는 오픈스튜디오 기간을 기다리는 팬들이 많아지길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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