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반기문-안철수 중도 지지층 겹칠까 고민
더민주도 충청권 표 잃을 수 있다는 불안감에 긴장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대권 도전이 가시화되면서 야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반 총장이 중도층과 충청권 표를 대거 흡수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야권은 반 총장이 현실정치에 나와 검증 과정을 거치면 지지율 거품이 빠질 것이라는 예측을 하면서도 그의 행보에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추석 연휴 기간 뉴욕에서 나온 반 총장의 발언에 정치권은 들썩였다. 반 총장이 귀국 시점을 “내년 1월 중순 이전”으로 못박았기 때문이다. 임기를 마치고 곧바로 귀국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이에 대해 정치권은 반 총장이 대선 출마 의지를 더 강하게 드러냈다고 해석했다.
당장 야권은 반 총장에게 견제구를 날리며 경계심을 보이고 있다. 국민의당은 깊은 고심에 빠진 모습이다. 반 총장이 대선 후보군으로 분류된 이후 안철수 전 대표와 당 지지도가 동반 하락하고 있어서다.
현재 반 총장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여론조사전문기관인 리얼미티가 지난 18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반 총장은 25.9%의 지지율로 1위에 올랐다. 문재인 더민주 전 대표는 18.2%, 안 전 대표는 10.8%의 지지율을 얻어 그 뒤를 이었다.
당 지지도도 지난 12일 발표된 조사(13.4%)보다 1.4%p 하락한 12.0%를 기록했다. 총선 직전 17%, 총선 직후 최고 25%까지 지지율을 끌어올린 것과는 대조적인 상황이다.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반 총장이 국민의당 지지율을 잠식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새로운 후보가 나오면 지지율이 잠식당할 수도 있고, 또 반대로 올라갈 수도 있다“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하지만 정치권 안팎에선 반 총장이 중도층 일부를 흡수한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안 전 대표에게 지지를 보내는 중도 무당파와 일부 진보층이 반 총장에게 관심을 보내고 있다는 얘기다.
더민주도 반 총장이 고민되긴 마찬가지다. 충청권 표심 때문이다.
문 전 대표와 더민주는 지지층의 확고한 뒷받침으로 큰 하락을 걱정하지 않지만 대권을 잡기 위해선 충청권 지지가 필수적이다. 전통적으로 충청은 선거 때마다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왔다.
이렇다보니 더민주는 충청 출신으로 충청대망론 중심에 선 반 총장에게 표심을 뺏기지 않을까 긴장하고 있다. 충청권은 문 전 대표보다 반 총장에게 지지를 더 보내고 있는 분위기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반 총장은 충청권에서 약 33%의 지지를 얻은 반면 문 전 대표는 16%를 얻는데 그쳤다.
더민주 한 관계자는 “충청 출신인 반 총장이 대세론에 힘입어 여론조사에서 1등을 차지하고 있고, 중도층과 충청권 지지를 고루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현실정치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검증 과정이 진행되고, 정치 성향도 뚜렷이 밝혀지는 만큼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익준 기자 igjunba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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