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용수 부족, 농경지 등 가뭄피해는 계량화 어려워
지난해 충남 최악 가뭄 때도 정부거절 선포기준 재정립 역량결집 시급
경주 지진으로 특별재난지역 선포가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충청권에 잊을 만 하면 되풀이되는 자연재난인 가뭄에 대한 선포기준 재정립이 시급하다.
가뭄이 발생하면 제한급수에 따른 지역민 불편과 농작물 피해를 동반하기 마련이지만, 현행법상으로 특별재난지역 선포가 원천 차단된 데 따른 것이다.
선포 기준이 시설물 등 피해액수에만 의존하고 있어서다.
국민안전처와 충남도 등에 따르면 특별재난지역은 대형사고나 재난을 당해 정부차원의 사고수습이 필요한 지역에 선포한다.
1995년 삼풍백화점붕괴사고, 2003년 대구지하철화재, 2014년 4월 세월호 침몰 등 사건사고는 물론 2008년 태풍 및 집중호우 피해를 입은 경북 봉화군 등 자연재난으로 인해 지정된 사례도 있다.
선포 기준은 재난기본법에 따라 시·군·구별 재정력지수에 근거, 일반 지역 피해규모의 약 2.5배를 초과하는 재해가 발생했을 때 이뤄진다.
재정이 넉넉한 지자체일수록 많은 피해가 발생해야 가능한데 지난해 기준 충남 천안·아산 지역은 42억원, 공주·서산·홍성·보령 30억원, 금산·부여·서천 24억원 등이다.
이 기준대로라면 태풍, 집중호우 등 여타 다른 풍수해와 달리 시설물 피해를 동반하지 않은
가뭄은 아예 특별재난지역으로 선정될 수 없다.
가뭄은 통상 생활용수 공급 부족에 따른 주민 고충, 농작물 피해 등을 동반하는 데 이를 수치로 계량화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127일 동안 이어진 제한급수, 서산AB지구 농경지 염해피해 등 사상 최악의 가뭄피해가 발생한 충남도가 정부에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건의했지만, 거절당했다.
충남도뿐만 아니라 도의회, 일선 시·군과 기초의회까지 나서 한목소리를 냈지만, 정부는 끝내 묵묵부답이었다.
2009년 강원도 태백, 정선군 등의 똑같은 요구에 대해서도 불가 결정이 내려지는 등 지금까지 가뭄으로 인한 특별재난지역 선포된 사례가 전무하다.
풍수해 등 다른 자연재난 사례와는 대조되는 대목이다. 정부 입장은 단호하다.
수년 전 법제처, 법무공단 등은 가뭄피해가 발생한 일선 지자체의 특별재난지역 선포 건의를 받고 “현행 규정상 특별재난지역은 시설피해 기준에 따라 돼 있어 시설피해가 발생하는 풍수해와 달리 가뭄은 이를 동반하지 않아 미충족된다”는 법률 해석을 내리기도 했다.
사실상 현행법으로는 사상 최악의 가뭄이 발생해도 특별재난지역 선포가 완전히 가로막혀 있는 것이다.
한국농어촌공사 충남지역본부에 따르면 이달초 충남도내 229개 저수지 저수율은 평균 38%로, 평년 대비 절반(52%) 수준에 못 미치고 있다.
지자체 관계자는 “충청권에 언제 가뭄이 닥쳐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가뭄피해를 계량화하는 등의 방법으로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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