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찾는 보좌진, 집에 못 가고 쪽잠은 기본
일회용 끼니 때우기 일쑤, 업무량 폭주 신규 인력 채용
피감기관 공무원도 정보전 치열, “살살해달라” 하소연
오는 26일부터 막을 올리는 2016 국정감사를 앞두고 여의도가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갑’을 빛내거나, 지키려는 ‘을’의 사투가 처절하기까지 하다.
국회의원 보좌관들은 국감에서 이른바 ‘한방’을 날리기 위해 동분서주하거 있다.
피감기관 공무원들도 기관장이 흠집나는 것을 미리 차단하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19일 여의도 국회의사당 옆 10층짜리 의원회관은 늦은 밤까지 불이 꺼지지 않았다.
매년 이맘 때쯤이면 되풀이되는 광경이지만 올해엔 20대 국회 첫 국감 탓인지, 비장함마저 감돌았다.
국감의 중요성 때문이다.
국회의원들은 국감에서 ‘스타’가 되어야 지역구에서 체면이 선다. 국감 스타는 곧 다음 선거에서 유리한 고지 선점으로 이어진다.
때문에 국회의원 보좌진들은 지금이 전쟁을 치르는 시기다.
수일 동안 집에 못 가는 것은 기본이다.
잠자리도 변변치 않아 의원실 한쪽에 야전침대를 펴놓고 쪽잠을 자기 일쑤다.
충청권 여당의 한 중진 의원실 탕비실에는 며칠 전부터 일회용 ‘콩나물 국밥’이 비치돼 있다.
국감 기간에 끼니를 거르고 일하는 경우가 많아 비상식량을 구축한 것이다.
같은당 3선 모 의원실은 이번 국감을 앞두고 업무량이 폭주하자 아예 신규직원으로 인턴 1명을 채용했다.
의전, 민원인 응대, 보도자료 작성 등 국감 기간에 폭주하는 업무량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피감기관과 입씨름을 이어가는 것도 국감의 피곤한 업무다.
기관마다 개인정보 등을 이유로 ‘알맹이’ 자료를 빼놓고 ‘껍데기’만 주는 경우가 부쩍 늘었기 때문이다.
때문에 최근에는 기관마다 분야별 전문가로부터 조언을 받아 소위 피감기관을 조질 수 있는 ‘꺼리’를 달라고 조르는 국회의원 보좌진들도 있다는 후문이다.
피감기관 공무원들도 국감 앞 바쁘기는 매한가지다.
국감 시작이 일주일 가량 남았지만, 여의도 의원회관 문턱은 각 부처 및 공공기관, 지자체 공무원들의 발걸음으로 문턱이 달을 정도다.
이들의 목표는 기관장이 의원들로부터 질타받는 것을 사전에 막는 것이다.
실무 책임자 이상이 의원실 보좌진을 찾아가 “이번에는 살살해 달라”, “이 자료에서 특정 부분은 빼달라”는 식으로 읍소하기 일쑤다.
의원실에 보좌진이 없으면 만날 때까지 수 시간 기다리거나 심지어 집으로 찾아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는 게 여의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충청권 한 의원 보좌관은 “아무래도 국감에서 스타가 되려는 의원들은 3선 이상 중진 보다는 여의도 입성한 지 얼마 안 되는 초선과 재선 의원들이 많은 편”이라며 “이 때문에 국감이 피감기관에 대한 정책 대안제시보다는 갈수록 자극적인 소재를 찾으려는 부작용도 발생한다”고 귀띔했다. 서울=강제일·황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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