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대식 경제과학부 기자 |
우리는 휴식과 여흥 가득한 ‘저녁이 있는 삶’이 불안과 공포에 떠는 ‘지진을 맞이한 밤’으로 바뀌는 모습을 똑똑히 목격했다. 경북 경주시 남남서쪽 8∼9㎞ 지점에서 발생한 강력한 한반도 내륙 지진에 전국이 혼란에 휩싸였다.
우리 지역 119소방본부에 접수된 지진 감지 신고만 해도 642건에 달했다. 소방본부는 ARS 접수와 중간에 끊긴 통화까지 합하면 족히 1000건이 넘는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전에 없던 초유의 사태에 모두가 미동조차 하지 못한 걸까.
국민안전처 홈페이지는 먹통이고, ‘국민 안전알리미’ 긴급문자는 최초 지진 후 9분이 흘러서야 도착했다.
13일 열린 지진대책 당정협의회에 참석한 고윤화 기상청장은 “경주 지진은 이대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며 “다만 앞으로 5.8∼6.0 이상, 심지어 6.0을 넘어서는 지진은 언제든 가능하다”고 말했다.
참으로 답답하다. 어디에도 확신과 확답이 없다. 전문가들조차 닥칠 수 있는 모든 확률을 얘기하고선 책임에서 뒤로 물러서는 모양새다.
당정 주체가 머리를 맞대고 국민에게 안심을 주는 명명백백한 대안을 내놔도 모자랄 판에 ‘가능성’만을 언급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지진 알림 시스템은 내륙과 해안이 각각 3.5, 4.0 이상일 때 기상청이 미래창조과학부에 통보하고서 이를 방송사에 알려 지진 경보 자막을 송출하게 돼 있다.
100㎞ 떨어진 진앙지로부터 지진을 느끼는 시간이 불과 33초 정도인 것을 고려하면 불필요한 과정이 너무 많다.
이웃 일본은 지진 발생 1분 전 긴급 지진 속보를 방송하고 10초 안에 경보 문자가 발송된다.
지진이 일상이 돼버린 일본과의 단순 비교가 무리라고 하기에는 1999년부터 지난해까지 지진 발생 횟수는 연평균 47.8회다. 결코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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