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문현 충남대 스포츠과학과 교수·대전체육포럼 사무총장 |
이 날은 안타깝게도 필자의 동기가 인명구조 훈련 중 익사해 장례를 치르던 날이었고, 사고 조사차 경찰이 현장 검증을 나갔을 때 중학생이 또 익사한 곳이었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안전 근무하는 가운데 의경이 천천히 걸어와 시체를 건져놨다고 오라고 했다.
재빨리 몸을 일으켜 가리킨 곳으로 뛰어가니 천막으로 덮어 놓은 시체가 보였고, 부인은 옆에서 울고 있었다. 필자는 살려야겠다는 마음으로 천막을 걷어내고 인공호흡을 실시했다. 그러나, 물을 한가득 먹은 익수자에게 구조호흡이 쉽지 않았다. 기도를 개방하고 최초 불어 넣기 두 번을 실시하면, 사람은 위의 음식물을 쏟아내게 되고 이 과정을 통해 호흡을 편안하게 할 수 있게 되는데 익수자는 반응이 없었다. 재차 실시했으나 마찬가지였다. 더 이상 기다릴 수가 없었다.
그대로 인공호흡을 실시하던 중 호흡이 터졌다. 폐에 물이 차고 폐 세포가 터져 피를 뿜어내며 가쁜 숨을 쉬고 있었지만 호흡이 터져 '헉헉대며' 자가호흡을 했다. 다음은 후송인데 119를 기다릴 세가 없었다. 누군가의 봉고차에 실어 충남대학교 응급실로 달렸다.
원래 인명구조원의 역할은 119 구조대원에게 인계하면 그 역할이 끝이 나는데 119 구조대가 오지 않아 필자가 응급실까지 후송하게 된 것이었다. 뒤늦게 익수자가 응급실 침대에서 많은 양의 음식물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병원 간호사들이 다 도망을 가는 상황이 발생했다. 필자는 응급실에서 어떻게든 익수자를 살려보려고 그것을 모두 닦아내며 곁을 지켰다.
보호자는 다른 병원으로 간 상태였고 보호자가 없는 상태여서 응급실과 중환자실을 들어갈 때 필자는 보증서에 서명을 해야 했다.
한참을 지나 조금 안정이 되자 중환자실로 이송을 했는데 이송하고 병실을 나오며 부인이 하는 말에 평생 못이 박혔다. “이제 병원에 오지 마세요. 시부모님 몰래 놀러와서 걸리면 안되거든요” 환자는 15일의 입원치료를 받고 부인과 자녀에게 돌아갔다. 이 사건은 대전적십자사 창립 후 첫 익수자 소생사례가 됐다.
이상하게도 사고를 많이 목격하고 산다. 방동저수지 다리위 투신 사건, 경부고속도로 차량 화재 구조 사고, 고속도로 교통사고, 차량전복사고, 경운기 뺑소니 사고, 빈혈환자 버스 차량 밖 이탈 사고 등등. 그때마다 많은 사람들을 구해주지만, 환자는 의식을 되찾을 때 쯤 이상하게 도망을 간다. 이런저런 경험을 통해 대전시티즌 경기장에서 5년간, 생활체육현장에서 10여년간 응급처치요원으로 활동을 했다.
대학에서 응급처치 강의와 2014년에는 대한레저스포츠회에서 주관한 '국내외 레저스포츠 안전실태조사'에 참여하기도 했다. 작년에는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4개국 학자를 초청해 주최한 '스포츠레저안전국제포럼'에서 한국의 레저스포츠 안전 실태에 대해 발표했다. 현재는 국민체육진흥공단의 체육시설안전팀 자문위원, 국민안전처 수상구조부문 자문, 인명구조원을 배출하는 (사)한국수상안전협회 회장을 맏고 있다.
최근 이런저런 레저스포츠대회가 한창이다. 그러나 급하게 외국의 문화를 도입하다 보니 충분한 준비를 못하고 대회개최나 시설을 운영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문제는 정부가 이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긴급히 대책을 세우고 있으나 아직 세세한 기준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것이 “안전”이다. 무엇보다도 참여자 스스로가 철저히 위험을 감지해내고 행동해야 하며, 주최 측에서도 대회 안전에 최선의 방책을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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