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대선 기회 잃으면 차차기도 장담 못해
‘친문(문재인 전 대표) 지도부’의 구성에 대권 잠룡인 안희정 충남지사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지도부 전체가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 일색으로 짜여짐에 따라 9월중 대권 행보에 대한 로드맵을 공개하기로 했던 계획에 수정이 불가피해졌다는 게 안 지사 주변의 시각이다.
안 지사는 추석을 전후해서 출판기념회를 갖고, 자신의 정치 일정표를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이번 8ㆍ 27 전대를 통해 친노가 친문으로 분화하는 공식을 지켜봄에 따라 전략 변경이 불가피해졌다.
특히 친문 후보들에게 60%가 넘는 지지를 몰아주며 ‘추미애 지도부’ 구성에 일조한 당내 권리당원들은 내년 경선에서 비슷한 수준으로 문 전 대표에게 표를 몰아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안 지사 외에도 김부겸 의원, 손학규 전 대표 등 누가 들어와도 경선 흥행은 어려워 보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경선에서 이길 가능성이 낮다는 판단에 섣부른 대선 경선 ‘출장’은 무모한 게 아니냐는 말까지 제기된다.
일각에선 안 지사가 당내 경선에선 지사직을 던지지 않고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큰 부담은 없어 차차기를 위해 경선에 뛰어 들어들어도 손해 날 일은 없을 것이라는 긍정론도 나온다.
그러나 ‘페이스메이커’라는 낙인이 한 번 찍히면 다음 경선에서도 ‘진정성’의 문제를 극복하기는 쉽지 않다는 게 친안계 일각의 우려감이다.
문 전 대표를 제외하고 안 지사를 포함한 다른 야권 잠룡들은 ‘불쏘시개’ 그 이상의 역할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다.
의미 있는 득표를 얻지 못하면 차차기에서도 힘을 쓰기가 쉽지 않아서다.
안 지사와 문 전 대표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직계인 ‘친노 그룹’의 상징으로 불리고 있어 지지층도 대부분 겹친다.
친노 인사 사이에선 문 전 대표가 먼저 나가고 차차기에 안 지사로 나가야 한다는 여론이 상대적으로 많은 것도 고민이다.
손학규 전 더민주 대표(구 민주통합당 대표) 역시 이번 지도부 구성으로 정계 복귀를 늦추거나 더민주 입당 보다는 ‘제 3 지대’에서 머물면서 정국 변화를 지켜 볼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런 당 안팎의 분위기를 간파한듯 추미애 신임 대표는 수락 연설 중 ‘김부겸 의원과 문재인 고문, 박원순 시장, 손학규 고문, 안희정 지사, 이재명 시장’을 일일이 호명하며 “모두 함께 모셔서 공정하고 깨끗한 경선, 우리 정당사에 길이 남을 역동적인 경선을 우리 함께 만들어내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서울=오주영기자 ojy8355@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