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ㆍ군 축제, 행사, 관광 관계자들 “그냥 많이 온 것으로 해주세요”
일부는 회의감, 개선 필요 공감 “부풀리기 너무 심해, 아무 의미 없는 수치” 일침
행정당국의 관광객 수 부풀리기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다.
각종 지역 행사와 축제 참가자 수, 지역 관광객 수 등을 주먹구구식으로 집계하기 때문인데, 이로 인해 당국의 수치 발표는 이미 ‘뻔한 거짓말’로 낙인 찍혔다.
충남도와 대천시 등에 따르면 올해 대천해수욕장을 다녀간 피서객은 지난달 기준 983만 명이다.
도는 올 여름 충남지역 해수욕장을 찾는 관광객이 2000만 명을 넘을 것으로 내다봤다.
더 나아가 부산시는 4000만 명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고, 강원도는 2400만 명이 올 여름 강원지역 49개 해수욕장을 찾은 것으로 집계했다.
이런 식으로 올 여름 각 지자체가 발표한 피서객 수는 모두 1억 명이 넘는다.
관광객 수 부풀리기의 한 원인은 눈대중 집계방식 때문이다.
페르미 추정법으로 불리는데, 해수욕장 특정지역(가로 30m×세로 20m) 내에서 피서를 즐기는 사람 수를 세어 전체 면적만큼 곱하는 것이다.
대부분은 가장 밀집된 지역을 센 후 전체 면적을 곱하기 때문에 심각한 부풀리기 집계가 된다.
부산에서는 지난달 23일 하루 해운대 피서객 수를 40만 명으로 잡았지만, 대중교통과 승용차 이용자, 숙박업소 투숙객 등을 모두 합한 숫자는 8만 5000명 정도에 불과했다.
당국의 현장 실사 없는 탁상행정도 관광객 수 부풀리기의 또 다른 원인이다.
안용주 선문대 국제레저관광학과 교수는 “지자체는 피서객 부풀리기를 통해 각종 기반시설 확충 계기를 마련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 대부분의 지자체 담당자들은 노골적인 관광객 수 부풀리기에 혈안이다.
취재 시 언론에 “관광객이 많은 것으로 해 달라”, “지난해보다는 많이 온 것으로 해야 하지 않나”라는 식으로 강요하거나 보도자료를 먼저 배포하는 실정이다.
일부 공무원들은 이런 행태에 회의감을 보이고 개선의 필요성도 느끼고 있다.
보령시 관계자는 “지난해를 보면 대천해수욕장 피서객 수가 형편없이 적었는데 엄청 많이 온 것처럼 부풀려 놨다”고 인정하며 “그렇지만 누구 하나 정확히 집계하는 사람이 없고, 힘든 일이기 때문에 그냥 대충 부르는 것이 그날 관광객 수가 된다”고 털어놨다.
부여군의 한 공무원은 “백제문화제 당시 여러 곳에서 방문객 수를 물었는데 우리는 공식적으로 대답한 적이 없다”며 “지자체의 주먹구구식 관광객 집계는 아무 의미 없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내포=유희성 기자 jdyhs@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