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문현 교수 |
대한민국의 치욕적 역사인 일제 36년의 통치는 다행히 1945년 8월 15일 미국의 원자폭탄 투하로 일왕의 무조건적 항복을 이끌어 냈으나, 구 소련의 야욕으로 남북은 대치상황이 됐고, 5년 뒤인 1950년 6월 25일 새벽, 북한공산군의 침략은 대한민국 국군 98만7000여 명과 민간인 140여 만명, 유엔군 약 15만7827명, 중공군과 북한군도 각각 90만명과 329만명이 사상자를 냈다. 불과 65년전 이 땅에서 673만명이 죽어나간 것이다.
전쟁의 결과는 참혹했고 산업생산시설이 전부 파괴된 우리나라는 자주 성장의 동력을 상실했다. 몹시 가난해 항상 배가 고팠고, 혼란스러웠지만 희망을 잃지는 않았다. 어떻게든 살려고 발버둥을 쳤었고 우리의 선조들은 그렇게 이 나라를 지켜왔다.
그러나 8·15광복(1945년)과 6·25전쟁(1950년), 석유파동(1974·1978년), 민주화로 혼란스러웠던 80년대 중·후반, IMF(1997년), 2000년대의 세계경기침체 장기화는 국가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아왔고 국민의 삶을 지치게 만들었다.
연쇄부도로 인해 사장은 사업체를 잃고 직장인은 직장을 잃고, 건물 공동화 현상이 일어났으며, 국가는 사업체의 연쇄부도와 원화 가치 하락을 막을 길이 없었다. 너무나 무기력했고 희망이 없는 듯 했다.
그런데 이때 박세리, 박찬호 선수가 등장했다. 그것은 사건이었다. 연일 승전보를 안겨주며 국민들의 스트레스와 어두운 기운을 날리고 희망의 에너지를 마구마구 전달해주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런 일들이 우리 역사에서 종종 있어 왔다.
흑백 TV 시절의 차범근 선수, 92바르셀로나올림픽의 황영조 선수, 그리고 2002 월드컵 태극전사들의 활약은 온 국민의 사기를 드높였다. 1936년 손기정 선수의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우승은 살벌했던 일제의 식민시대에 민족정신을 일깨우는 커다란 계기가 됐었고, 1947년 서윤복 선수의 보스톤 마라톤 대회 우승도 마찬가지였다.
동양인 체격의 열세를 극복하고 세계적인 선수들과 자웅을 겨뤄 승리하는 모습에서 우리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자부심과 긍지를 느끼며 '대~한민국'을 외치고 함께 눈물을 흘린다.
스포츠인은 애국자들이다. 그들은 강한 애국심으로 국민을 하나 되게 하고 세계만방에 'Korea'를 알리며 세계인이 모인 경기장에 태극기를 높이고 애국가를 부르게 한다.
연일 나오는 뉴스를 보면 정치, 경제, 사회 이슈와 사건 사고 비리 등 어느 것 하나 국민을 신나게 해주는 소식이 없다. 어떤 이슈도 국민들을 결집시켜 함께 '대~한민국'을 외치게 하지 못한다.
2002년의 월드컵 응원은 왜 국가가 스포츠에 투자해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정기적으로 개최되는 스포츠대회 등을 통해 100만 명 이상의 국민이 힘을 모아 '대~한민국'을 외치고 있다. 지나친 민족주의는 경계해야 하지만 스포츠 경기가 단순히 개인의 메달 획득만이 목표는 아닌 이유가 된다.
대한민국을 대표한다는 것, 국가대표라는 것, 그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메달을 목에 걸고 승리하며 기쁨의 감동을 전하는 선수도 있지만, 안타까운 패배로 통한의 눈물을 흘리며 조용히 귀국하는 선수들도 있다. 그러나 그들은 모두가 대한민국을 위해 뛰어준 애국자들이다. 온 국민을 한마음으로 만들어 주고 단결하여 애국하게 만들어 주는 스포츠에 대한 보다 집중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대한민국 국가대표 여러분! 수고하셨습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