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관실 감사기능 강화 ‘감사위원회’ 필요
대전시가 행정 투명성 확보를 위해 도입한 개방형직위 감사관 제도가 도입 취지를 무색케 하고 있다.
17일 시에 따르면 지난 2011년 첫 개방형직위 감사관(3급 상당)에 행정안전부 출신 회계감사분야 전문가를 채용했으나 지난 2월에는 당시 시 경제정책과장이었던 한필중 현 교통국장을, 이후 지난 6월에도 고종승 예산담당관(4급)을 감사관으로 임명했다.
시는 외부 응모자보다 내부에서 응모한 공무원들이 감사관으로 더 적합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처럼, 감사관에 내부 공무원을 앉히는 이유는 가뜩이나 인사적체가 심각한 상황에서 3급 자리를 외부에 내주지 않기 위한 일종의 ‘밥그릇 챙기기’ 때문이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또 단체장이 감사의 칼날을 휘두를 수 있다는 점도 하나의 이유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무늬만 개방형일 뿐 대부분 내부 인사로 돌려막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독립적인 지위에서 감사 업무를 수행하게 할 수 있는 ‘대전시 감사위원회’ 출범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문창기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감사기능은 공직사회 내부의 청렴도를 높일 수 있는 기능을 하는 것인데 실제로 인사적체를 해소하는 하나의 수단으로 활용되면서 제식구 감싸기 의혹과 우려가 여전하다”며 “이렇다 보니 감사기능 신뢰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 상황이다.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는 감사위원회 등 감사기능에 대한 주민들의 신뢰를 높이는 방안을 확보하는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충남도의 경우 완전 독립성을 부여하는 합의제 행정기구인 ‘충남도 감사위원회’를 운영 중이다.
지난 2011년 7월 1일 감사관실 제도를 과감히 폐지하고 전국 지자체로는 처음으로 출범한 도 감사위원회는 자체 감사 기능 강화와 감사의 투명성 및 공정성 확보를 위해 독립적인 지위에서 감사 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지난 2013년에는 자체감사활동 평가에서 전국 광역자치단체부문 최고 감사기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대전에서는 자치구 가운데 최초로 만들어진 서구 ‘감사위원회’가 모범사례로 꼽히고 있다.
서구 감사위원회는 당시 장종태 서구청장의 공약사항으로 지난 해 출범해 자치구 최초 시민참여형 감사위원회제도를 도입, 감사 업무의 독립성과 청렴성을 확보했다.
구청장 및 상급자들의 영향력 행사 등 부정적인 인식을 불식시키기 위해 감사위원회의 권한을 강화할 뿐 아니라 실제 감사에 주민 참여를 확대한 것이다.
서구 관계자는 “지난해 8월 출범한 서구 감사위원회는 감사권이라는 자체를 기관장에 의해 좌지우지 되는 게 아니라 외부의 독립된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감사행정의 독립성과 투명성,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자체 감사에 대한 내부 통제 강화를 통해 일하는 공직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수영 기자 sy87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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