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여 전 제기된 ‘대전봉산초 불량급식’ 문제
교육당국 뒷짐 행정으로 불신 자초… 비난 여론
“제도적 개선 이외에 책임있는 자세 필요해”
▲ 부실 급식으로 논란을 빚은 대전 봉산초등학교에서 영양교사와 조리원이 전원 교체된 후 시작된 새로운 급식(오른쪽) 이 눈길을 끈다. 지난 4일 처음 제공된 새 급식에서는 잡곡밥과 된장국에 돼지고기 볶음, 감자·당근 볶음, 김치가 반찬으로 나와 부실했던 이전 급식(왼쪽)보다 한결 나아진 식단의 모습을 보였다. /연합 |
최근 ‘대전봉산초 불량급식 사태’를 계기로 학교급식에 대한 불안감이 확대되고 있다.학생들의 건강한 성장과 직결되는 학교급식은 단순히 한 끼를 해결하는 수단이 아니다.학교급식은 또래 친구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즐거움을 공유하고 식생활 예절까지 배우는 과정이다.안전한 학교급식에 대한 관심이 그 여느때보다 높은 지금, 이같은 불량급식 사태가 벌어진 원인을 짚어보고 해결 방안을 모색한다. <편집자주>
대전봉산초의 불량급식 문제로 학교급식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대전시교육청이 최근 전체 급식학교 279개교를 대상으로 실시한 급식운영 실태조사를 보면 급식정보 제공 및 의사소통 창구 운영이 미흡한 것은 물론 급식시설 안전점검과 보수 관리가 미흡한 것으로 확인됐다.
2~3식 학교의 경우 식단 메뉴가 반복되고 급식종사자의 불친절 문제도 나타났다.
시교육청은 향후 특별감사 결과를 토대로 전반적인 급식 체계를 손질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대전봉산초 급식 사태가 없었더도 이 같은 대책이 나올지는 미지수다.
실제로 대전봉산초 불량급식 문제는 어제오늘 제기된 일이 아니다.
학부모들은 지난해부터 끊임없이 관할 교육지원청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급기야 지난달 말 대대적인 집회와 SNS(사회네트워크망)에 급식 사진을 올리며 전국적인 이슈로 부각되서야 시교육청은 점검에 착수했다.
개청 이래 해당 학교에 대해 첫 진상조사와 특별감사 투트랙 체제가 가동됐고 이와 별도로 전체 급식학교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지난 25일 시교육청 관계자와 학부모, 사회단체 등으로 구성된 진상조사위원회가 발표한 조사결과, 해당 학교의 식재료 납품 가격이 다른 업체보다 비쌌고 유통기간 만료 시점이 근접돼 신선도가 떨어지는 식자재를 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배식 조절 실패로 4년 전 일부 학급은 아예 배식을 받지 못해 라면으로 때운 사례도 있었다.
부실급식의 원인은 교육당국의 관리·감독 부재가 크다.
특히 대전봉산초는 영양교사와 조리원 간 갈등까지 촉발돼 총체적 부실을 보여줬다.
하지만 학교장은 수년간 지속돼온 문제점들을 알면서도 방관했고, 교육청 역시 모르쇠 행정으로 일관하는 등 누구 하나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 더 큰 문제로 지적된다.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의 몫이 됐다.
이건희 참교육학부모회 대전지부장은 “학교급식에 대한 제도적인 개선 이외에도 학부모들의 불신을 해소시키기 위한 교육당국의 책임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소연 기자 daisy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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