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여당이라는 위치상 정부의 정치적 부담 등 고려 해석
당 일각에서는 지역민 약속·명분에 강한 대응 촉구도
국립철도박물관 입지 선정이 공모방식을 배제하면서 지역 지자체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새누리당이 어정쩡한 대응자세를 보이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경쟁지인 경기도 의왕시에 리모델링 ‘팁’을 줬다며 정치적 입김이 작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옴에도 새누리당에서는 적극적인 대응 의지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
지난 4.13 총선 공약으로 내걸고 유권자들의 표심을 얻은 후보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금의 대응은 더욱이 이해키 어려운 부분이다.
국토부가 지난 22일 철도박물관 유치를 희망하는 지자체와의 간담회에서 공모 절차를 중단하겠다고 밝힌 이래 새누리당내에서 공모 취소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 표명은 단 한 건도 없다.
지난해 국감에서 “철도박물관은 국토교통부에서 대전에 지정하면 되는걸 왜 전국 지자체에 공모해 행정력을 낭비하는가”라고 질타했던 이장우 의원(대전 동구)조차 언급이 없는 상태다.
공약으로 철도박물관 유치를 내걸은 것은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과 변재일 의원(청주 청원)도 마찬가지다.
다만, 더민주는 지난 25일 대전시당이 낸 성명을 통해 국토부가 제시한 입지 요건상 최적지는 대전이라고 강조한 데 이어 대전 건립을 희망하는 시민들의 염원을 외면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이처럼 여야 간 온도차가 나타나는 이유는 새누리당으로서는 자신들이 집권여당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국토부가 공모 절차를 취소한 배경에는 최근 TK(대구·경북)와 PK(부산·경남)간 극한 대립을 일으킨 영남권 신공항 문제가 있다.
이 경우, 여당의 텃밭인 영남권이 서로 갈라지면서 반정부 시위로 치닫았다.
이런 맥락에서 철도박물관의 입지가 충청권이든 경기도 의왕으로 가든 간에 현 정부에는 정치적 부담으로 돌아올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주목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속한 충청권 A 의원은 “여당이다보니 지금 당장 정부를 성토한다는 것은 사실 어렵다. 신공항 문제라던지 사드 배치라던지 지금 정국 상황이 정권에 호의적이지 못하다”라며 “다만, 공모 방식으로 진행했다면 심사로 그 결과를 발표하는 게 맞다”고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은 것이 이 맥락이다.
충북의 한 조직위원장도 “난해한 문제”라며 답변을 피했다.
여당의 소극적인 대응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것을 차단하려는 의도가 담겨있다는 해석도 있다. 새누리당으로서는 현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과 결부되어 있다는 점은 간과키 어려운 사실이다. 이런 점을 야당 측이 걸고 넘어질 경우, 새누리당은 공약 미이행 부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
하지만, 선정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나서서 야당에게 대응해 정쟁거리로 빚어질 경우, 이 문제가 유권자인 지역민 사이에서 크게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 더민주 대전시당이 성명에서 “선정방법이 공정치 못하고 국민을 무시하는 일방통보식 행정으로 선정하거나 정치적 압력으로 선정된다면 그 책임은 국토부와 정부여당에 있다는 것을 분명히 밝혀둔다”고 제기한 것은 다분히 이를 의식한 것이다.
그러나 당내 일각에서는 지역민과의 약속이고 대선 공약인 만큼, 대전으로의 입지 선정을 강력히 촉구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막연히 기대만 하고 있다가 무산될 경우, 호남선KTX 서대전역 미경유 사태에서 보듯 새누리당의 역량이 도마위에 오르는 상황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키 어려운 탓이다. 대선 공약인 만큼, 타 지역을 압도하는 명분을 지니고 있다는 것도 한 이유다.
강우성 기자 khaihid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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