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중앙 정치권에서 몸집이 커진 ‘충청 정치’가 내년 대선을 앞두고 곳곳에서 충돌하고 있다.
지난해 이완구 전 총리가 ‘성완종 리스트 의혹’파문으로 낙마 한 뒤 주춤하던 충청 정치는 지난 4 ㆍ13 총선을 거치면서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수도권과 영남에서 새누리당이 참패했고 상대적으로 충청이 ‘선전’을 해서다.
새누리당은 서울 49개 선거구 중 12개, 경기 60개 중 19개, 인천 13개 중 6개(복당 2곳 포함)만 건졌다.
이런 연유로 청와대와 여당 지도부가 ‘충청 인물’들로 채워졌다.
특히, 지난 5월 방한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충북 음성 출신)이 대권 출마 시사 언급에 차기 대권 주자가 뚜렷이 부상하지 않는 여권은 친박계를 중심으로 반 총장을‘ 꽃가마’에 태우려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총선 참패 수습을 위해, 여권이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공주 부여 청양)에 이어 이원종 청와대 비서실장(충북 제천)을 발탁하자,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 경북(TK)에서도 ‘영남+충청 연합’을 구축해 내년 대선의 필승 카드를 쥐자는 외침이 확산되고 있다.
‘몸집’이 커지면서 충돌 접점이 넓어지는 만큼 충청 의원들의 시름도 깊어만 가는 모양새다.
정진석 원내대표가 대전 출신의 김용태 의원을 혁신위원장에 기용하자, 친박계가 인준 무산에 이은 정 원내대표의 퇴진 목소리를 키웠다. 이 지점에 충청 친박 의원들이 가세, 충청 정치에 균열이 생기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이번에는 오는 8월 9일 전당대회를 앞두고 충청 의원들은 친박, 중립, 비박으로 나뉜 파열음 조짐이 일고 있다.
친박 핵심인 이장우 의원(대전 동구), 중립 성향의 정용기 의원(대전 대덕)이 이미 각각 최고위원 출마를 선언했고, 비박계 홍문표 의원(홍성 예산)이 당대표와 최고위원 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다.
홍 의원의 출마는 충청에서도 친박과 비박의 대결 구도가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충청 정가가 잔뜩 긴장하는 지점이다.
홍 의원은 4 13총선 당시 공천 업무를 총괄하는 제 1사무부총장직과 공천관리위원을 맡아 총선 참패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서청원 의원(8선, 천안 출신)의 당 대표 불출마 선언 이면에는 정우택(청주 상당), 김용태(대전 출신), 나경원(충북 영동출신)의원 등 충청 출신 의원들의 불출마 견제구가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관측된다.
충청 여권의 한 인사는 “새누리당의 ‘성장동력’이라 할 수 있는 충청에서 아군끼리 총질하는 모습이 비춰지면 여권 내부의 미래는 더욱 암울해진다”며 “ 모처럼 찾아온 충청대망론을 위해서도 계파간 정쟁에 매몰되지 말고 충청 발전을 위한 정치가 무엇인지를 크게 고민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오주영기자 ojy8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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