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지정기준 완화되면 골목상권 침해 가능성
범(汎)중소기업계가 대기업집단 지정 자산기준 10조원 상향을 골자로 하는 ‘공정거래법 시행령개정안’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하고 나섰다.
중소기업중앙회와 소상공인연합회, 한국여성경제인협회, 대한전문건설협회, 벤처기업협회 등 12개 중소기업단체는 19일 공동으로 ‘대기업집단 지정제도 개정관련 의견서’를 정부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달 13일 입법예고한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 시행령개정안’은 대기업집단 지정 자산기준을 현행 5조원에서 10조원으로 상향조정하고 대기업집단의 범위에서 공기업집단을 제외하는 게 핵심이다.
공정위 개정안이 이대로 확정되면 65개 대기업집단 중 절반이 넘는 37개집단(공기업 12개포함) 618개 계열사가 대기업 기준에서 벗어나 계열사 간 상호출자·순환출자·채무보증이 가능해진다.
중소기업계의 우려는 여기서 시작된다. 한 그룹 내에서 A사→B사→C사→A사 형태로 연결구조를 보이는 순환출자는 장부상자금 즉 ‘가공자본’이 부풀려지면서 그룹 총수는 적은 지분으로도 여러 계열사를 지배할 수 있도록 한다.
나아가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일감몰아주기, 독과점시장 형성 등의 폐해로 이어져 정부는 2014년 7월 신규순환출자금지제도를 도입했다.
중소기업들은 대기업집단이 이같은 제한에서 풀려나는 건 경제민주화에 역행할뿐 아니라 영세 골목상권이나 공공조달시장 등 중소기업 영역으로 진출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주는 격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2009년 대기업집단 기준을 2조원에서 5조원으로 상향하자 지정해제된 일부 대기업집단이 위장 중소기업을 설립하고 공공조달시장에 진입한 사례가 있다.
또 이번 개정안이 유통산업발전법,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 등 38개 관련법에 원용됨에 따라 지정해제되는 대기업집단이 준대규모 점포나 공공소프트웨어 조달시장 참여제한 등의 규제에서 벗어나 골목상권을 침해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중기단체들이 대기업집단 지정기준을 현행대로 유지하되 신산업 및 해외시장 진출 등 경제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는 초기 대기업집단(5조∼10조원)에 한해 예외를 인정하자고 주장하는 이유다.
김경만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대기업집단 지정기준 상향이 신산업진출 등을 촉진하기 위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영세 골목상권으로 진출할 수 있는 또 다른 길을 터준 것으로 변질될 수 있다”며 “대기업집단의 경제력집중을 견제하고 생계형 업종을 지킬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승현 기자 hey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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