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어와~!”
지난 16일 오후 6시 30분 대전시 서구 보라매공원. 견주가 장난감 공을 던지자 반려견 한 마리가 쏜살같이 달려 나갔다. 꽤 먼 거리였지만 반려견은 금세 공을 물어와 주인에게 꼬리를 흔들었다.
보라매공원은 견주와 반려견에게‘안성맞춤 놀이터’로 유명하다. 이곳의 넓은 공간과 푹신한 잔디는 반려견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다.
이날도 반려견 20여 마리가 주인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반려견 대부분이 목줄을 하지 않은 상태였다. 공원 곳곳에 치우지 않은 배설물도 눈에 띄었다.
공원을 찾은 일반 시민들은 눈살을 찌푸리고 돌아가기 일쑤다. 서모(34)씨는 “4살 난 딸애와 아기 엄마와 공원을 자주 찾는데 목줄 풀린 개가 너무 위험해 보이고 곳곳의 배설물도 보기 안좋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대전지역 일부 공원들이 반려견 무법천지로 변하고 있다. 목줄을 착용하지 않고 공원을 뛰노는 반려견과 배설물을 치우지 않는 얌체 견주들 탓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대전에는 반려동물 4만753마리가 등록돼 있다(지난해 기준). 등록하지 않는 반려견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일부 견주들이 반려견을 데리고 산책로나 공원을 찾으면서 목줄 착용과 배설물 처리 등 각종 제반 규정 준수가 필수임에도 이를 도외시하고 있다.
이 때문에 공원이나 산책로를 찾은 시민들은 배설물 악취에 불쾌감을 느끼거나 안전의 위협까지 느끼는 상황이다.
견주들에게 인기가 많은 대전의 장소는 보라매공원과 유림공원, 갑천과 유등천 등 하천 산책로다.
기자는 지난 15~16일 이곳들을 둘러봤다. 각 공원마다 애완견 목줄 미착용·배설물 방치행위가 불법임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목줄을 채우고 산책을 하거나 배설물을 봉투에 담는 견주들도 있었지만 이를 지키지 않는 주인들이 더 많았다. 유림공원에서 만난 최모(21)씨는 “여자친구 생일이라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위해 공원을 찾았지만 널린 배설물과 악취 때문에 불쾌하다”며 “가끔 목줄을 하지 않은 대형 견들을 보면 무서운 느낌마저 든다”고 말했다.
도시공원·녹지 등에 관한 법률은 ‘동반한 애완동물 배설물을 수거하지 않고 방치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동반한 애완견을 통제할 수 있는 줄을 착용하지 않고 입장하는 행위를 금지’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를 어길 경우 과태료 5만원이 부과된다.
하지만 지난해와 올해 공원 내 반려견 목줄 미착용, 배설물 방치행위에 대한 과태료 부과는 한건도 없다. 견주들이 단속반이 나갔을 때만 목줄을 채우거나 배설물을 치우기 때문이다.
시 관계자는 “반려견 목줄 미착용과 배설물 방치가 불법임을 모르는 견주들이 많아 과태료 부과보다는 현장지도를 많이 하고 있다”며 “이번 달 말부터 명예감시원과 함께 반려견이 많은 공원부터 나가 홍보와 지도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송익준 기자 igjunba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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