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기간 동안 사회복무요원 숙식해결까지
“아들이 납치된 것 같아요!”
지난 3일 오후 8시 서대전지구대에 다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한 여성이 “아들과 갑자기 연락이 끊겼다”며 도움을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목소리는 떨렸고 울음도 약간 섞여있었다.
김두수(56) 경위는 신고자를 진정시킨 후 자초지종을 물었다. 한시가 급했지만 재촉하지 않았다. 정확한 정보가 있어야 아이를 찾아 나설 수 있어서다. 아이 엄마가 숨을 고르고 다시 입을 열었다.
아들은 21살, 서천 한 복지관에서 복무 중인 사회복무요원이었다. 그는 다음날 교육 때문에 미리 대전에 올라갔단다.
그런데 모르는 여자가 아들 전화를 받은 후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낯선 이는 “내가 잠깐 데리고 있다가 보내겠다”고 한 뒤 전화를 끊었다고 한다.
엄마는 불안한 마음에 114에 전화를 걸었다. 아들이 내린 서대전역에서 가장 가까운 지구대를 연결해 달라고 부탁했다. 상담원은 서대전지구대로 전화를 돌려줬고, 현재 김 경위와 통화하게 된 것이다.
엄마는 “아들을 꼭 찾아 달라”고 사정했다. 아들이 시각·정신장애를 앓고 있어 더욱 불안하다고 했다. 김 경위는 아들 인상착의를 묻고는 동료 경찰관들과 수색에 나섰다.
서대전역과 서대전네거리, 오류동 근처를 샅샅이 뒤졌다. 20여분이 지났을까. 김 경위는 한 모텔 앞에서 아들 K씨를 발견했다. 엄마 말대로 그는 말이 어눌했고 앞도 잘 보이지 않아보였다.
사정은 이랬다. K씨는 낯선 남녀가 음료수를 사주겠다고 하자 이들을 무작정 따라갔다. 이들은 K씨에게 무언가 가입할 것을 요구했지만 대화가 통화지 않자 그를 버려두고 자리를 떴다.
김 경위는 K씨를 숙소까지 안전히 데려다 줬고 엄마에게 기쁜 소식을 알렸다. 그러곤 그는 2박3일 교육일정 동안 아침저녁으로 K씨를 보살폈다. 늦잠을 자고 있는 K씨를 깨워 씻겼고 아침을 먹였다. 저녁에는 집에 있는 반찬을 들고 가 저녁을 함께했다. ‘내가 돌봐줘야겠다’는 마음에서였다.
김 경위는 지난 6일 교육을 마치고 돌아가는 K씨를 배웅했다. 서천행 기차표를 K씨 손에 쥐어줬다. K씨는 승강장까지 나온 김 경위에게 꾸벅 고개를 숙였다.
김 경위는 “그날 밤 K씨 어머니 전화를 받고 처음엔 놀랐지만 반드시 찾아야겠다는 마음이 컸고, 3일간 내가 보살펴줘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서천으로 내려가는 날 자장면이 먹고 싶다고 해 자장면을 사줬었는데 맛있게 먹는 그 모습이 눈에 밟힌다”고 말했다. 송익준 기자 igjunba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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