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재난 문자 오지 않아...시민들 119 신고, 방송자막으로 알아
“어, 뭐지?”
5일 저녁 대전 선화동에 사는 신모(28)씨는 땅이 울리는 진동을 느꼈다. 퇴근 후 침대에서 쉬고 있던 차였다. 그는 놀라 스마트폰으로 SNS와 인터넷에 지진을 검색했다. 신씨처럼 진동을 느낀 사람들의 글이 실시간으로 올라오고 있었다.
그는 놀란 마음에 119에 신고했고 “울산 쪽에서 지진이 났다”는 대답을 들었다. 신씨는 “메르스 때도 오던 긴급재난문자가 왜 이럴 때는 오지 않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안전 경보기’ 긴급재난문자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5일 오후 8시 33분께 울산 동구 동쪽 52km 해역에서 규모 5.0 지진이 발생했다. 이 지진으로 경상남북도를 비롯해 전국 대부분 지역으로 진동이 전해졌다.
대전도 마찬가지였다. 이날 대전소방본부에는 진동을 느낀 시민들의 신고가 이어졌다. 지진 관련 신고만 150여건이 접수됐다.
이번 지진은 1978년 기상청 계기지진관측 이래 역대 5번째로 큰 규모였다. 하지만 이를 알리는 긴급재난문자는 울산 4개구와 경남 4개 시·군에만 전송됐다.
진도가 4 이상인 지역에만 문자를 발송했기 때문이다. 대전과 경남 일부지역 진도는 2 였다. 이 때문에 시민들은 지진정보를 119나 방송 자막을 보고 알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또 있다. 국민안전처는 지난 4일 오후 8시 대전지역에 쏟아진 장맛비로 유성 만년교와 회덕 원촌교 저지대 침수 경고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했다. 그러나 지명 표기를 잘못해 시민들이 혼선을 빚었다.
‘원촌교’가 아닌 ‘원천교’라고 표기한 것이다. 문자를 받은 사람들은 어리둥절했다.
택시기사 전모(38)씨는 “직업 상 자주 왔다 갔다 하는 길인데 원천교에 침수 경고가 발령됐다는 문자를 받았는데 도대체 어딘가 했다”며 “이런 것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고 보낸다는 게 한심할 따름이다”고 푸념했다.
국민안전처 관계자는 “지진은 재난문자 대상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시행착오가 많아 지속적으로 개선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잘못된 지명 표기는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재발 방지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송익준 기자 igjunba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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