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문현 충남대 스포츠과학과 교수·대전체육포럼 사무총장 |
일반인들은 수영장 수심이 안전하고, 안전요원들이 상시 배치돼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여름철 수영장은 평소의 몇 배에 해당하는 수영객들로 붐빈다. 그런데 인파가 붐비는 여름철이라고 해서 인건비를 더 줘가며 안전요원을 추가로 배치할 의무가 수영장에는 없다. 결과적으로 아르바이트생 안전요원은 관리할 대상은 많은데 능력이 부족한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하루 종일 물을 쳐다봐야 하는 안전요원의 근무환경은 피로도가 심하며, 사람들이 많이 몰리면 물 속에 있는 사람이 잘 안보이게 돼, 저 사람이 잠영을 하는 것인지, 의식을 잃은 것인지 즉시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발생한다. 수영을 처음 하는 경우 수영장에 비치돼 있는 안전 용품을 사용하게 되는데 이때 킥판을 놓치거나 안전용품에 문제가 생겨 종종 사건이 발생한다.
인천의 한 수영장에서 익사한 김군도 킥판을 놓치면서 물에 빠졌고, 의식을 잃은 뒤 구조돼 심폐소생술도 받았지만, 끝내 숨지고 말았다고 한다. 김군은 허리에 구명장비도 착용한 상태였고, 수영강사와 인명구조원도 사고현장에 있었지만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한다.
익사사고의 골든타임은 익수자가 물을 마시기 전이 골든타임이다. 이미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 인공호흡이나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는 것만으로도 인체는 이런저런 손상을 입게 된다. 사고는 일반 수영장보다 파도풀장, 워터파크 등에서 잘 발생하는데 이런 업장에서는 사람이 몰리는 피크타임 때만이라도 안전요원 수를 늘리고 익수자를 재빨리 발견하기 위한 보다 철저한 안전조치를 취해야 한다.
계곡은 어떨까? 사람들은 북적대는 도시를 피해 한적하고 시원한 계곡을 많이 찾기도 하는데, 2014년 물놀이 사망사고 조사결과, 해수욕장(12.5%·3명)보다 하천과 계곡(75%·18명)에서 사망사고가 더 많은 것으로 보고된바 있다. 계곡은 수온이 낮고 바위가 많아 수심이 불규칙하고 발이 바위틈에 끼이기도 하며 소용돌이에 빨려 들어가기도 한다. 또한 섣불리 뛰어 내릴 경우 물 속 바위로 인해 큰 상해를 입기도 한다. 계곡에서는 반듯이 수심을 먼저 체크하고 일기예보에 철저하고 재빠르게 대응해야 한다. 계곡에서의 사고는 토사와 통나무, 잔뿌리 등이 섞인 흙탕물이 순식간에 떠밀려와 속수무책으로 당하게 된다.
바다는 어떨까? 놀러가서 사람이 죽기 전까지 바다는 참으로 아름답고 즐거운 곳이다. 그러나 바다는 순식간에 괴물로 변하는 정말 무서운 곳이다. 갑자기 안개가 밀려와 바다와 육지를 분간하지 못하게 되기도 하고, 바람과 파도, 이안류 등의 이상 현상으로 인해 갑자기 사람이 바다로 쭉 빨려 들어가기도 하고, 큰 파도로 백사장이 푹 꺼지기도 한다. 제트스키나 모터보트에 부딪히거나 스크루에 팔이 잘리기도 하고, 바나나보트 줄에 감겨 사망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또한 바다에 가면 동료들을 물에다 빠뜨리는 이상한 종족들이 있는데 이때 안경, 휴대폰, 지갑 등을 분실하거나 물에 빠뜨리게 된다. 장난이 장난으로 끝나지 않으며 경제적 손실은 물론 경추골절, 타박상 등의 큰 상해를 입을 수도 있다.
근 30년째 수영을 가르치며 해양스포츠와 해양안전 전문가로 활동하면서 수영장과 해양 레저에 대한 안전 문제와 대책 수립을 외치고 있지만, 항상 안전요원은 아르바이트생이었고, 안전요원의 수도 경제 논리에 막혀 문전박대를 받아온 현실이 이제는 좀 강력히 개선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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