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주는 문자를 반복적으로 보냈다면 무죄일까, 유죄일까?’
자신의 아내와 내연관계로 의심되는 남자에게 공포감을 일으키는 문자메시지를 반복적으로 보낸 남편이 국민참여재판을 통해 무죄판결을 받았다.
대전지방법원 제11형사부(재판장 김정민 부장판사)는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등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기소된 고씨(54)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고씨는 자신의 처가 피해자와 내연관계인 것으로 보이자 사실 확인을 위해 피해자의 휴대전화로 전화를 건다. 하지만 피해자가 전화를 받지 않자 피해자의 휴대전화로 13차례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문자메시지는 ‘전화주게나. 연락 없으면 회사로 가네’‘전화 안받고 피하면 일이 더 커지네. 피해서 될 일이 아니네’등의 메시지로 공포심과 불안감을 유발하는 글을 반복적으로 보냈다는 혐의다.
현행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74조에는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부호, 문언, 음향, 화상 또는 영상을 반복적으로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했을 경우 1년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대전지검은 지난 3월 벌금 7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으나 피고인은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사건의 쟁점은 문자메시지가 법률안에서 말하는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문언을 반복적으로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하는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배심원들은 치열한 논쟁을 벌였다. 배심원들은 유죄 4명, 무죄 3명으로 평결했다.
재판부는 “일부 문자메시지는 다소 과격한 표현을 사용하기는 했지만 피고인이 처와 불륜관계에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자 하는 상황에서 피해자가 자신의 연락에 응하지 않자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채 분노를 표출하는 내용일 뿐”이라며 “피해자가 문자를 받고 보낸 답변이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느낀 사람의 반응이 아니다”라고 무죄 이유를 밝혔다.
대전지방법원 관계자는 “이 사건은 국민들이 주변 속에서 종종 접할 수 있는 사건으로 자신 또는 주변 지인이 유사한 사건의 피해자가 될 수 있고 피고인이 될 수 있는 생활밀착형 사건”이라며 “죄책 여부를 일반 국민의 의견을 듣고 판단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보여 국민참여재판에 회부했다”고 밝혔다. 김민영 기자 min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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