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인찬 대전대 둔산한방병원 교수 |
발이 바닥에서 떨어지지 않아 지팡이에 의지해 간신히 내원하는 할아버지 한분이 계시다. 파킨슨병으로 진단 받고 몇 년째 치료 받고 있는데 차도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그분의 소원은 오직 하나다. 잘 걷는 것이다. 요즘 들어 이와 비슷한 환자분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아무래도 노령인구의 증가가 한 몫을 하기 때문인가 보다. 다행스러운 것은 파킨슨병은 치료가 비록 만족스럽지는 못해도 비교적 잘 규명된 병이라는 것이다. 파킨슨병과 파킨슨 증후군은 같은 병으로 오해를 받고 있지만 둘은 엄연히 다른 병이다. 완전히 다른데도 혼동하기 쉬운 파킨슨증후군과 파킨슨병을 쉽게 이해하는 방법은 가만히 있는 중에 떨림이 있거나 동작이 느려지고 몸의 뻣뻣해지며 나중에는 자세 불안정해져 균형 잡기가 힘들어지는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건 비슷하지만 파킨슨병은 파킨슨 증후군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하면 간단하다.
파킨슨 증후군은 하나의 질병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떨림, 경직, 운동완서를 주요 증상으로 나타내는 뇌의 퇴행성질환의 임상적 증후군 말하는 것이다. 증상은 파킨슨병과 같거나 비슷하지만 파킨슨병처럼 중뇌의 흑질 세포 소실이 원인이 되지 않는 뇌의 퇴행성질환으로서 진행성 핵상마비, 피질기저핵변성 및 다발 신경계 위축증 범발성 루이소체병이 있다. 일부 살충제, 제초제 수면제 신경안정제 등의 약물나 독소, 외상, 뇌졸중, 정상압 수두증, 뇌염 종양 등에 의해서도 파킨슨 증후군이 나타날 수 있다.
치료는 조기에 발견이 중요하므로 60세 이상의 연령층에서 후각손실을 호소한다든지 원인모를 소화 장애, 배변이상이 나타나거나 우울감등의 기분장애, 수면장애등이 나타나면 파킨슨증후군을 일단 의심해 보아야 한다. 실제로 파킨슨 환자에서 후각소실 및 대소변 이상 등의 위장관계 이상은 흔히 관찰되는 전조증상이다.
파킨슨병의 치료는 손상된 뇌를 온전히 되돌릴 수는 없기 때문에 치료와 더불어 일생생활 관리가 중요하다. 한방치료는 퇴화하고 있는 뇌 손상을 막고, 주변의 건강한 뇌 부위와 다른 전체 뇌 부위의 활성화를 도와 기능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것이 주된 치료목표이다. 침 치료는 머리에 시술하는 두침치료가 많이 응용되는데 이러한 침 치료가 중뇌 흑질의 도파민 활용도를 증가시킨다는 연구가 있고 최근에는 봉독을 이용한 파킨슨병의 치료나 사상체질 처방을 이용한 치료법이 발표되어 파킨슨 환자치료에 한 단계 더 다가가는 전기를 마련하기도 했다. 이런 한방적 치료의 장점은 인체의 면역과 기능적인 면을 최대한 끌어올려, 도파민을 보강하는 양약치료의 유효기간을 늘려줄 수 있다고 본다.
파킨슨 환자는 시간이 갈수록 약에 대한 내성이 생겨 이상 운동증이 나타날 수 있고 일상생활에 부자연스러워질 수 있으므로 생활 관리를 잘해야 한다. 식기나 수저는 가벼운 것보다 손잡이가 두껍고 무거운 것이 좋고 포크를 사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삼킴 장애가 있을 때는 식사 시 턱을 밑으로 잡아당기는 자세가 좋고 요플레 정도의 끈기를 가진 음식물 섭취가 용이하다.
집안 문손잡이는 둥근 문손잡이보다 막대형 문손잡이가 좋고 걸음걸이가 불편하면 난간과 가드레일을 곳곳에 설치하는 것이 좋다. 소파는 무겁고 단단한 것이 좋으며 걷는 운동은 꾸준히 하는 것이 좋은데 무엇보다 돌발적인 상황을 대비해 혼자서 운동을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음식은 플라보노이드가 많이 함유된 녹차 홍차 딸기 오렌지 포도 등이 좋으며 변비를 해소하기위해 충분한 물마시기와 식이섬유를 많이 포함한 덜 정제된 곡류섭취가 바람직하다. 최근 의료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으므로 좋은 치료 기술이 나와 파킨슨병도 곧 완치의 길이 열릴 수 있으므로 건강한 노후를 위해 꾸준한 운동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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