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일 오후 중구 대흥동 평생학습관 내 정명희미술관이 잠겨 있는 모습. |
주말 개방 안해 관람 못하고 학예사도 없어
평생학습관 관리측 “개선사항 내달 중 건의할 것”
17일 오후 2시 30분께 중구 대흥동 평생학습관 302호는 불이 꺼진 채 두 문이 굳게 잠겨 있었다. ‘정명희미술관’이라는 호실 소개 팻말이 무색했다. 유리문 안으로 들여다본 전시실 벽면에는 오는 24일까지인 ‘멘토링전’ 작품이 걸려 있었다.
정명희미술관이 개관 후 수년간 전문적인 관리는커녕 방치되다시피 운영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정명희미술관은 정명희 화백이 작품 1396점을 대전시교육청에 무상으로 기증하면서 2012년 중구 대흥동 평생학습관 3층 한 교실에 개관한 전국 최초의 시도교육청 미술관이다.
2002년 중학교 3학년 미술 과목 국정교과서에 정 화백에 대한 내용이 담기는 등 교육적ㆍ미술사적 가치를 동시에 인정받으면서 ‘후학 교육과 일반시민의 정서함양’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그러나 미술관은 개관 후부터 전문 학예사의 손길 없이 평생학습관 사무직원과 지역 대학생 인턴, 공익근무요원 등에 의해 운영돼 왔다.
직원 근무시간에 맞춰 운영돼 점심시간을 비롯한 평일 오후 6시 이후는 물론 관람객이 몰리는 주말에도 전시실을 운영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전시 공간도 협소해 50호(가로 116.8cm가량) 작품 20점 이상을 걸기 어려운 실정이며 1400여점에 달하는 작품 보관 장소와 환경에 대한 우려도 크다.
이 같은 문제에 대해 이미 여러 번 문제 제기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대전시교육청과 평생학습관은 대책 마련에 미온한 태도를 보여왔다.
정명희 화백은 “미술관은 주말에 가장 많이 이용자가 발생하는 곳인데 주말에 문을 닫으면 어떻게 시민이 그림을 볼 수 있고 정서를 함양시킬 수 있겠느냐”며 “여러 번 문제 제기를 했지만 좀처럼 달라지는 게 없어서 자포자기한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평생학습관 관리 담당자는 “먼저 이날은 평생학습관 내 다른 행사가 있어서 미술관 담당 공익근무 요원이 주차장으로 파견 나가는 바람에 문이 잠겨 있었던 것”이라고 해명한 뒤 “별정ㆍ계약직이라도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관리자가 있어서 상시 오픈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하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시교육청에 건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작품 보관 장소는 극비 사안이므로 밝힐 순 없지만 습기 조절에 주의를 기울이면서 수시로 관리를 하고 있다”며 “학생들을 위해 기증받은 만큼 학생들이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임효인 기자 hyo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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