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생활 하다보면 상사가 그럴수도 있다’는 관대함과 관행을 깨는 판결이 나와 눈길을 끈다.
대전고등법원 제1형사부(재판장 윤승은)는 군 상사인 조모씨(24)가 강제추행과 가혹행위, 모욕, 초병특수협박과 폭행 등의 혐의로 기소됐으나 기소 유예판결을 받은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년6월(집행유예 3년)과 40시간 성폭력치료강의 수강 및 80시간의 사회봉사 이행을 명했다.
군 상사인 조모씨는 지난 2012년 육군 현역병으로 입대했다. 그와 같은 부대에서 근무하던 일병 김모씨(21)에게 조씨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상사였다.
조씨는 다른 후임 병사에게 두 팔을 잡도록 지시하고 강제 추행한 혐의를 받고있다.
또 피해자가 베레모를 잘못 착용했다는 이유로 피해자의 이마를 때리고 배를 걷어차는 등 폭행혐의도 받고 있다.
분대장의 직권을 남용해 피해자에게 TV를 보면서 웃는 시늉이나 우는 시늉을 하도록 하는가 하면, 퀴즈 문제를 못풀었다며 공포탄이 장전돼 있는 소총 총구를 가슴에 밀착시키고 쏠 것처럼 협박하는 등 가혹행위를 한 혐의를 받았다.
1심 재판부는 이같은 조씨의 행동에 대해 ‘폐쇄적이고 수직적인’군대 문화 자체의 문제점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당시 재판부는 형을 선고하지 않더라도 피고인이 다시 범행을 저지르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되는‘개전의 정상이 현저하다’는 이유를 들어 선고를 유예했다.
1심 재판부는 “수직적인 군대문화로 인해 드물지 않게 병영 부조리가 발생하고 있는 것 또한 우리 병영의 현실이고 피고인이 저지른 군인 등 강제추행죄의 경우 보통 다른 성폭력범죄들과 달리 성적 만족감을 얻고자 저질러진 것이 아니다”라고 선고유예 사유를 밝혔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의 생각은 달랐다.
군대폭력이 피해자가 가해자를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집단의 특성상 피해사실을 호소하는데 많은 제약이 뒤따라 가해자와 피해자가 바뀌어 피해가 확대되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군이라는 집단내에서 예전부터 크고 작은 폭력적 범행이 자행돼 왔고, 우리 사회는 그같은 범행에 대해 상당부분 관대함을 보이면서 외부개입을 자제해 왔음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집단내 폭력적 범행에 대해 개선 움직임이 강해졌고 구습타파를 위한 제도개선이나 의식전환 시도가 이어져 오고 있다”고 전제했다.
재판부는 “사회에 적지않은 충격과 공분을 일으키고 부대의 전투력에도 막대한 손실을 가져오는 군대폭력에 대해 예전과 같이 관대함으로 대응하기에 한계가 있고, 예방을 위해서라도 단호히 대처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시했다. 김민영기자 min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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