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혜민 스님, 쌤앤파커스, 2012 |
그때는 바쁘게 쫓기듯이 읽었던 기억이 있어 다시 한 번 차분히 읽어 보고 싶어졌다. 이 책은 아무 페이지나 펼쳐 내 마음을 달래 줄 수 있을 것 같은 제목을 선택해서 읽어도 좋아서 책을 끝까지 다 읽어야 한다는 부담감도 덜했다. 마침 대전사이버도서관에 전자책으로 올라와 있어 반가운 마음에 얼른 대출했다.
잠시 시간이 남아 책을 읽고 싶은데 책이 옆에 없어서 못 읽을 때가 있어 아쉬웠는데 늘 갖고 다니는 휴대폰에 담아져 있어 읽을 수 있다니 너무 편하고 좋았다. 한 장 한 장 넘기며 읽는 종이책의 그 느낌도 좋지만 가끔은 이렇게 전자책으로 언제 어디서나 쉽게 읽을 수 있는 그야말로 e-편한 세상이더라.
세상을 살다보면 좁게는 집에서 자식과 남편과의 관계, 직장에서는 동료와 상사, 더 나아가서는 나와 만나는 모든 사람들과의 관계에는 늘 내 마음과 같지 않다. 그게 아니었는데 나로 인해 오해를 주고 상처를 주기도 하고 나도 다른 사람한테 괜한 오해와 상처를 받기도 한다. 그런 일은 늘 반복되었고 사람 사는 일이 그런가 보다 생각하며 이제는 조금 지혜롭게 나를 다치지 않게 내 마음을 어루만지고 싶었다. 학교를 졸업하고 취직을 하고 결혼을 해 아이를 낳고 살림을 하며 직장을 다니다 보니 내 삶은 늘 바빴다. 이렇게 숨차게 달려온 나에게 들려주는 혜민 스님의 글은 내 마음을 다독거려줬다.
“세상이 나를 괴롭힌다고 생각하세요? 내가 쉬면 세상도 쉽니다”,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진중함이나, 무조건 열심히 하는 것이 아니고 즐기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너무 성실과 노력만을 따져왔습니다. 그러니 얼굴이 굳어 있고 마음이 항상 급한 것입니다. 그러니 유모를 가지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뭐든 세상 탓만 할 일이 아닙니다. 내가 세상에 대해 느끼는 좋고 싫고 힘들고 괴로운 감정들의 원인은 내 안에 내가 알게 모르게 심어 놓은 것일 수 있습니다. 한번 살펴보세요. 내 마음이 쉬면 세상도 쉬고, 내 마음이 행복하면 세상도 행복합니다. 마음 따로 세상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에요. 세상 탓하기 전에 내 마음의 렌즈를 먼저 아름답게 닦읍시다.”
정말 그렇더라. 내가 좀 편안한 마음으로 여유를 갖고 보니 별거 아닌 것에 나는 늘 민감하게 반응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나 스스로의 만족을 위해 그렇게 숨차게 달리고 힘들다고 원망과 투정을 부렸던 것이다. 사실 별것도 아니었는데. 뭘 그리 놓치지 않으려고 그랬을까? “똑같은 일이 벌어져도 사람들 반응은 다르다. 왜냐하면 세상이 나를 괴롭히는 것이 아니고, 알고 보면 내 마음이 나를 괴롭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내 마음의 평정이더라. 동요되지 않고 차분한 마음으로 여유를 갖고 돌아보면 괜찮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것이 아닌데도 확인하지 않고 오해를 하며 그랬을 것이라고 가정에서 결론으로 확신을 하며 했던 나의 잘못된 선택들. 너무나도 어리석고 가슴이 아프다. 인간관계는 난로처럼 대해야 한다고 했다. 너무 가깝지도 너무 멀지도 않게. 그래야 기대를 하지 않고 실수를 하지 않는다.
멈추면 뭐가 보일까 했더니 내 마음이 보였다. 이기적인 내 마음. 이제는 다른 사람을 탓하지 않고 나를 뒤 돌아보고 소중히 대할 것이다.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김낙희·한밭도서관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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