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연합 DB |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이해찬 의원의 회동이 돌연 취소됐다.
여권의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반 총장과 친노(노무현 전 대통령) 진영의 좌장인 이 의원 간의 만남이기에 정치권의 적잖은 이목이 쏠렸다.
참여정부 때 외교부 장관을 지냈던 반 총장이 소원해진 친노 진영과의 관계 복원을 위한 회동이라는 시각이 제기됐으나 양 측은 감정만 더 상하는 결과를 낳았다.
반 총장과 이 의원은 8일(현지 시간) 오후 미국 유엔본부에서 만날 예정이었다.
회동이 갑작스레 취소된 것은 정치적 해석을 경계해 온 이 의원과 달리 반 총장 측이 공개하자는 태도를 취한 데서 비롯됐다.
노무현 재단은 8일 “이 전 총리와 면담을 언론에 공개하겠다는 입장을 알려와 당초 비공개로 차 한 잔 하기로 한 만남의 성격이 변화돼 최종적으로 면담을 취소키로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양 측은 만남의 최초 제안자를 두고 신경전도 벌였다.
당초 두 사람의 회동은 반 총장 측이 방미 중인 이 의원에게 차한잔 하자는 요청에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유엔 스테판 두자릭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만남은 한국 측(이해찬 의원)의 요청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부인했고, 노무현 재단 측은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이번 면담은 이 이사장이 뉴욕을 방문한다는 소식을 듣고 유엔 대표부에서 반 총장과의 면담을 제안함에 따라 추진됐다”고 재차 반박했다.
이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관계 복원이 아니라 반 총장이 그간 노 전 대통령 묘역 참배를 미룬 것에 대한 친노 진영이 가지고 있는 불쾌감이라는 감정의 골이 더 깊어졌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이 의원은 지난 5일 방미 일정 중에 만난 국내 주요 언론에 “외교관은 국내정치와 캐릭터(성격)상 안 맞는다”면서 반 총장의 대선 출마에 부정적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강우성 기자 khaihid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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