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신도시(행정중심복합도시) 첫 첨단산업단지 입주신청 기업이 저조한 가운데, 70%가 충청권 기업인 것으로 나타나 지역 간 갈등이 우려되고 있다.
인구가 줄줄이 세종으로 빠져나가면서 가뜩이나 심란한 상황에서, 기업들의 세종행도 점차 가속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충청권 시ㆍ도의 분위기가 심상치않다.
특히, 올해부터 세종이 자족기능 확보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는 점에서 기업을 시작으로 각 분야의 주요한 기능과 시설 유치 과정에서 마찰이 커질 수밖에 없어 상생협력이 시급한 과제로 제기되고 있다.
행복청이 7일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한 4-2생활권(세종시 집현리) 세종테크밸리 1차 입주 현황에 따르면, 총 14개 필지(4만7950㎡)에 모두 23개 기업이 입주 신청서를 제출했다.
기대와 달리, 상당히 초라한 성적표라 할 수 있다.
행복청은 그동안 세종테크밸리에 200여개 기업이 입주에 관심을 표명했고 60여개 기업이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강조해왔다. 조성원가(248만원/3.3㎡당)의 65~90% 수준인 공급가와 세금감면(취득세 75%, 재산세 5년간 75%) 등 각종 혜택을 제공하면서까지 사활을 걸어왔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경쟁률은 1%대에 불과했다. 연간 매출액이 100억 이상은 8곳뿐이다.
유치업종을 정보기술(IT)과 생명공학기술(BT), 친환경에너지기술(ET) 융합산업 등으로 제한했고, 구체적인 투자계획 없이 땅만 사려는 곳은 신청받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게 행복청의 해명이다.
더 큰 문제는 23개 기업 중 충청권 기업이 16곳이나 된다는 것이다.
수도권 기업은 6곳이고 기타 지역은 2곳으로, 70%에 달하는 기업이 대전과 충남ㆍ북에 있는 회사라는 얘기다. 행복청은 신청 기업을 대상으로 심사를 거쳐 우선협상대상기업 18곳을 선정한 상태다.
총 75만㎡에 달하는 세종테크밸리에서 기업에 분양하는 면적은 20만㎡ 정도로, 앞으로도 15만㎡가량의 땅이 남았다. 수도권과 타지역이 아니라 충청권 기업들의 세종행이 이어진다면 마찰이 표면화될 수밖에 없다는 게 중론이다.
대전시 관계자는 “두고만 봐선 안 된다는 게 내부의 중론”이라고 했고, 충북도 관계자는 “지금도 KTX 세종역 등으로 불편하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새로운 도시를 위해 갖춰야 할 다양한 분야의 자족기능 확충을 위한 과제가 산적하다는 점에서 충청권 시ㆍ도와의 갈등을 해결하려는 노력이 시급한 실정이다.
특히 인구와 기업은 물론, 자족기능 확충을 위한 주요한 기능과 시설 대부분이 행복도시에 집중되고 있음에도 인근 자치단체와의 상생협력을 위한 행복청의 움직임은 더딘 분위기다.
이충재 행복청장은 “국가균형발전의 핵심도시인 이곳으로 인구와 산업, 인프라가 들어오는 걸 충청권 전체의 발전 차원에서 봐야 한다”며 “행복도시를 중심으로 광역도시권이 형성되면 수도권 등 전국이 충청권으로 모여들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윤희진 기자 heej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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