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반 총장 발언에 침묵 모드
새누리당 충청권, 환영 일색
야당, 총장 신분의 대권 출마 시사 비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 25일 제주도에서 “퇴임 이후 역할을 결심하겠다”고 한 발언을 놓고 여야의 반응은 엇갈렸다.
청와대는 26일 ‘대권 도전’을 시사한 반 총장의 발언에 대해 “지금 청와대는 다 아프리카로 옮겨 바쁘게 일하는 중”이라며 선을 그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지난 25일 출국에 앞서 공항에 마중 나온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에게 건넨 “어려운 상황인데 잘해줄 것이라고 믿는다”는 정치적 함의에 주목하고 있다.
정 원내대표는 오후에 제주포럼이 열리는 제주행 비행기를 타고 반 총장을 만났다.
새누리당 대권 잠룡들은 일단 반 총장의 발언을 반기는 모습니다. 인물난에 침체된 당 분위기를 반전 시킬 촉매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충청권을 중심으로 “대권에 도전하겠다는 뜻이라면 돕겠다”며 ‘환영’ 일색이다.
반 총장(충북 음성)과 같은 충청 출신(공주)인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26일 오전 제주포럼 개막식에 앞서 반 총장과 조우해 “국민 통합의 말씀이 가슴에 와 닿았다. 큰 힘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했다고 본보에 전했다.
비박계지만 홍문표 사무총장(홍성 예산)은 이날 오전 라디오 인터뷰에서 “야당이 상당히 두렵거나 겁을 먹는 것 같다”며 “이 분이 아직 결심도 안 섰는데 (야당에서) 견제를 많이 하는 걸로 봐서는 우리 당에 (대선후보로) 오면 승리할 수 있다”고 ‘반기문 대망론’에 불을 지폈다..
그는 반 총장이 대선 출마 결정 시 새누리당을 택할지 여부에 대해선 “성장과 발전 등 보수적 가치를 상당히 소중하게 생각하는 분”이라며 “새누리당의 성향이 아닌가 보고 있다”고 밝혔다.
여권 내에서는 결을 달리하는 언급도 나왔다.
새누리당 소속의 정갑윤 국회부의장은 “우리나라가 반 총장과 같은 인재를 가지고 있다는 건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라면서도 “우리나라 정치는 정말 복잡다단하다. 이런 현실 속에서 내치에 대해 조금 더 노력을 해봐야 하고, 그런 부분은 아직 숙제다”라고 말했다.
야권에선 아직 임기가 7개월 남아 있는 반 총장을 국내 정치에 끌어들이는 여권에 대한 비판 기류가 흐른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에선 사무총장 퇴임 이후 출신국가 정부직 진출을 제한하는 유엔 결의문을 명분으로 출마에 부정적인 시각이 주를 이뤘다.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와서 대권 도전을 시사하는 발언을 해서 나라가 어수선하다”고 반 총장의 출마 시사를 꼬집었다.
안민석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 나와 “반 총장이 노 전 대통령 묘소를 찾아야 한다. 총장을 만든 장본인이 노 전 대통령이지 않나”라며 “인간적인 도리를 다 해야 한다. 본인이 대권에 대한 의지가 있으니 이런 인간적 도리를 차마 못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유엔총장 임기가 남아 있는데 이렇게 성급하게, 설사 계획을 하고 있더라도 당사국인 한국에 들어와서 이렇게 강한 톤의 대권 출마 시사 발언을 하는 것은 유엔사무총장으로서 적절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받아도 마땅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친박은 사실 대권후보가 무주공산이기 때문에 (반 총장이) 그쪽으로 기울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서울=황명수ㆍ오주영기자 ojy8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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