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옥시가 마련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사과의 장 행사는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됐다. 잠시 문이 열린 순간 행사장 내부를 찍은 모습. |
옥시 지난 20일 오후 1시 대전 아드리아호텔서 사과의 장 마련
피해자·가족 사연 듣고 사과했지만 피해자 측 “똑같은 이야기 반복”
“다음에 이런 자리가 있더라도 굳이 참석하고 싶지 않네요.”
지난 20일 오후 3시 30분께 대전 아드리아호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가족 최모씨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옥시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을 만나 그동안의 잘못을 사과하기 위해 마련한 ‘사과의 장’이 끝난 직후였다.
최씨는 “솔직히 기대를 갖고 이 자리에 왔는데 구체적인 해결방안이나 대책을 내놓지 않고 (옥시가) 단지 사과만 되풀이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호텔을 떠나기 전 “사과의 진정성이 느껴졌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언어가 달라서인지 진정성이 느껴지진 않더라고요. 그리고 굳이 말한다면 대표가 아닌 통역사의 감정 아닐까요?”
아타 울라시드 사프달 옥시레킷벤키저(옥시) 한국법인 대표가 이날 오후 1시 대전 아드리아 호텔에서 ‘제1회 옥시레킷벤키저 사과의 장’을 열고 1·2등급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공식 사과했다.
하지만 피해자 대부분은 최씨처럼 “진정성이 없다”거나 “구체적인 배상계획이 없다”며 크게 반발했다.
이 자리에는 ‘옥시싹싹 NEW가습기 당번’ 등 옥시 살균제 제품 사용으로 피해를 입은 1·2등급 피해자와 가족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행사는 사프달 대표가 주방용 승강기를 타고 행사장으로 들어가거나 행사장 마이크와 연결된 외부 스피커 전원을 차단하는 등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됐다.
옥시 측의 사과는 발언을 원하는 피해자와 가족들이 사연을 밝히면 사프달 대표가 이를 듣고 직접 답하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피해자와 가족들의 사연을 들은 사프달 대표는 일일이 “정말 유감스럽다. 이런 자리를 마련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려 죄송하다”고 사과하며 고개를 숙였다고 한다.
하지만 피해자와 가족들은 “진정성이 부족하다”는 반응이었다. 구체적인 보상계획을 내놓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피해자들과의 첫 공식 만남인 만큼 보상계획을 밝혀 진정성을 보였어야 했다는 얘기다.
행사 도중 화장실을 가거나 바람을 쐬기 위해 행사장 밖으로 나온 피해자 가족들은 기자들에게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피해자 가족 곽모(37)씨는 “지난번 기자회견 현장에서 한 사과보다는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일일이 사과했다는 점에서 의미는 있는 것 같다”면서도 “구체적인 보상안을 밝히지는 않은 채 사과만 하니 특별히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다른 피해자 가족도 “7월까지 TF팀을 구성하고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하겠다고 하는데 구체적인 보상 규모나 방안 등을 말하지 않았다”며 “개인적인 아픔을 듣기 위해 이 자리를 마련했다고 하는데 무엇을, 어떻게 사과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승운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유가족연대 대표는 행사가 끝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저는 물론이고 다른 가족들도 이 자리에 상당한 기대를 안고 왔지만 솔직히 기대 이하였다”며 “곧 2번째 만남을 마련한다고 했으니 그때는 진정성있는 보상 방안 등이 제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현정 옥시 홍보부장은 “가습기 살균제 1·2등급 피해자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경청해 공정하고 신속하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날 자리를 마련했다”며 “앞으로 피해자들과 지속적인 대화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송익준 기자 igjunba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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