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단 재가동 희망 “다만 현정부에선 기대 힘들 것”
“황망중에 갑자기 벌어진 재난 같은 것이었다.”
정기섭(64) 개성공단기업협회장은 개성공단 가동 전면중단 사태를 ‘재난’에 빗대며 “실(失)은 크고 득(得)은 별로 없는 잘못된 조처였다”고 했다.
정부가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발사에 맞서 개성공단 전면중단을 선언한 건 2월10일. 19일로 꼭 100일이 됐다.
중단 선언 이튿날 북한은 개성공단 폐쇄와 남측자산 동결로 맞대응했고 20일이면 공단이 문을 닫은 지 100일을 맞는다.
정 회장은 19일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개성공단 폐쇄 뒤부터 지금까지 암담하고 답답한 시간을 보냈다”면서 “우리(입주기업)가 희생돼서 결과적으로 득이 컸다면 이해나 하겠는데 그게 아니니까 더 속상하다”고 그간의 소회를 밝혔다.
정 회장은 또 2013년 8월 남북 양측이 채택한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합의서’를 거론하고는 “어떠한 경우에도 공단의 정상적 운영을 보장하겠다던 그 합의가 깨질 것이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겠느냐”며 “정부가 내세우는 공단 가동중단의 불가피성은 합당하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9일 “정부의 공단 가동중단 조처가 적법절차를 위반하고 재산권을 침해해 위헌임을 확인하려 한다”며 헌법소원을 내기도 했다.
그럼에도 정 회장은 “언젠가는 개성공단이 재개되리라 본다”며 공단 재가동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았다. 다만 “사실상 이번 정부 임기 내에는 (재가동을) 기대하기 힘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와 함께 개성공단 폐쇄로 직격탄을 맞은 입주기업들의 피해 회복은 아직 요원해 보인다.
개성공단 비대위가 추산하는 120개 입주기업의 피해액은 투자자산 5688억원, 재고자산 2464억원 등 모두 8152억원에 이르고 있다.
정 회장이 대표로 있는 의류생산 전문업체 (주)에스엔지는 대전 공장을 청산하고 전체 생산시설을 개성공단으로 이전했지만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공단 폐쇄에 직면했다.
정 회장은 “회사는 지금 올스톱 상태”라면서 “베트남이나 미얀마 등지를 돌며 공장 대체부지를 물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에서는 2차 피해도 잇따랐다. 개성공단 생산제품을 판매하는 ‘개성공단상회 대전 둔산점’이 공단 폐쇄 뒤 두달을 버티지 못하고 3월말 폐점했다.
2월말 대전에서 두번째로 개점하려던 상회 노은점은 점포 인테리어 공사를 80% 완료하고도 4월말 완전 철수 결정을 내렸다.
정부는 입주기업의 고정자산 피해와 관련해 2168억원의 경협보험금을 지급했고 조만간 기업실태조사를 마무리해 피해기업 종합지원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문승현 기자 hey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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