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분만 주세요.” 식당에서 홀로 밥을 먹는 대학생들이 눈에 띈다. 폰을 들고 쉼 없이 손가락을 움직이면서다. 이들은 “혼자 밥을 먹으면 돈도 시간도 아낄 수 있다.딱히 다른 사람과 함께 먹어야 하는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말한다. '혼밥(혼자 먹는 밥)'이 트렌드이자 생존전략으로 자리 잡았다. 삼삼오오 이야기를 나누며 밥을 먹던 모습은 옛 풍경이 됐다. 혼밥에는 무한 경쟁과 극심한 취업난이 자리하고 있다. 자발적 '아싸(아웃사이더의 줄임말)'까지 등장하는 지금, 청춘들에게 2016년은 어떤 의미일까.
▲혼자가 좋다=1인 가구 증가와 더불어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기 보다 홀로 생활하는 '나홀로족'이 늘고 있다.
혼밥을 즐기는 20대가 많아지면서 인터넷상에는 '혼자 밥 먹기 레벨'이라는 글까지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편의점(1단계), 푸드코트(2단계), 분식집(3단계), 패스트푸드점(4단계), 중국집(5단계), 일식집(6단계), 고기집(7단계), 술집(8단계), 패밀리레스토랑 뷔페(9단계) 등으로 단계가 높을수록 '혼밥 고수'라고 부른다.
과거 홀로 밥을 먹는 것이 민망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아르바이트와 스펙 쌓기 등으로 돈과 시간을 절약하고자 혼자 밥을 먹는 비율이 늘어나면서 거부감이 사라지고 있다.
잡코리아가 20대 127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74.7%가 '혼자 어떤 일을 하는 것에 거부감이 없다'고 응답했다.
'혼자 해본 활동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혼자 쇼핑하기(80.6%), 혼자 외식하기(77.1%), 혼자 영화보기(58.8%), 혼자 술 마시기(30.5%) 등 다양한 답변이 나왔다. 이 외에도 20대의 10명 중 6명이 '하루에 보통 두끼'를 먹고, '주로 혼자 먹는다(37.3%)' 답변이 가장 많았다.
이같은 나홀로족 문화에 대해 취업난과 경제 불황 등에서 비롯된 슬픈 자화상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취업만이 살길=“돈 있어야 연애하죠.” 장기화된 경제 불황에 반듯한 스펙을 갖고도 취업에 성공하지 못하는 청춘들.
꿈, 연애, 결혼 등 포기하는 '3포세대'를 점점 넘어서 급기야 'N포세대3포와 5포(내집, 인간관계 추가)를 넘어 꿈, 희망 그리고 모든 삶의 가치를 포기한 20~30대 세대'라는 말까지 나왔다.
청년 실업률(15~29세)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4월 청년실업률이 10.9%를 기록, 역대 같은 기간 중 가장 높은 수치이다.
2월 12.5%, 3월 11.8%에 이어 3개월 연속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2월 22만3000명을 기록했던 취업자 수는 4월 다시 20만명대로 떨어졌다.
전체 실업자는 107만5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만2000명 늘었다. 실업률은 3.9%로 지난해와 같았다.
이런 가운데 인문계열 전공자들의 취업난은 더욱 심각하다.
'인구론(인문계 90%가 졸업 후 논다)'과 '문송(문과라서 죄송합니다)'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이다.
급기야 최근에는 대학 2학년부터 취업 스트레스에 시달린다는 '대2병', 3학년부터 취업 준비로 죽어난다는 '사망년'등의 말도 나왔다. 지금의 청년들은 입시문턱을 지난 즐거움을 만끽하기도 전에 취업 전선에 뛰어들어야 하는 실정이다.
대학생들의 '대리 출석'도 사라지고 있다. 학점은 곧 성실도를 의미하는 만큼 취업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되기 때문이다.
학점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학원으로 눈길을 돌리는 대학생이 늘면서 캠퍼스 분위기마저 썰렁해졌다.
전우영 충남대 심리학과 교수는 “취업난에 청년들이 느끼는 심리적 불안 요소와 경제적 부담이 커지면서 개인주의적 성향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말했다.
성소연 기자 daisy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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