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표님, 12일에는 둔산동 샘머리공원에서 제3회 대전장애인 백일장&사생대회 집행위원장으로 자원봉사하셨지요?
▲예. 제가 교육 분야 사업을 평생 해왔으니까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한 행사입니다. 어제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둔산동 샘머리공원에서 제3회 대전장애인 백일장&사생대회를 열었습니다. 장애학생들이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면서 얼마나 행복해하던지 바라보는 내내 흐뭇했답니다. 대회라기보다 축제의 성격을 띤 날이에요. 이 대회의 초대 집행위원장은 2년전 설동호 대전시교육감님이 맡아주셨고요. 저는 준비위원장을 했었지요. 그러다가 지난해부터는 제가 집행위원장을 맡아 하고 있는데요. 장애 학생들에게 장학금도 주고 상장도 줍니다. 이날 하루 마음껏 뛰어놀며 밝게 웃고 떠드는 아이들을 보면 너무나 예쁘고 사랑스러워 제 마음이 절로 행복해집니다.
장애 자녀를 둔 부모님들도 함께 참여하셔서 꿈과 희망과 행복을 노래한 날이었지요. 한밭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주최하고, 대전장애인평생교육문화센터가 주관하고, 보건복지부와 대전시가 지원한 행사였답니다.
대전지역 고등학교에 재학중인 장애학생과 성인장애인들을 대상으로 한 백일장과 사생대회는 문학과 미술 분야에 걸쳐 이뤄졌는데 고등부와 성인부로 나눠서 시상해오고 있습니다. 백일장과 사생대회와 더불어 문화축제도 펼쳐졌죠. 품바로 유명한 버드리의 공연과 장기자랑을 비롯해 압화, 전통놀이, 향기주머니 만들기, 보장구 세척, 이미용 봉사 체험부스도 운영되고, 커피와 음료, 전 등 먹거리 나눔 코너도 마련돼 한바탕 즐거운 잔치 마당이 됐답니다.
제가 우리 전통을 매우 좋아하는데요. 민요와 판소리, 가야금병창, 고전무용 등을 배워서 직접 무대에도 많이 서봤습니다. 그래서 문화공연 무대를 많이 만들어 모두가 함께 신명나게 즐기는 시간을 많이 가져보려 합니다.
-박 대표님,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가족과의 애틋한 추억이 많이 있으실텐데요. 소개해주실까요?
▲병석에 누워계시다 돌아가신 어머니를 생각하면 슬퍼집니다. 제가 대학 졸업 후 취업했을때 막내딸 밥해주시며 함께 쇼핑다니는 것을 행복해하셨던 어머니를 떠올려봅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제가 어릴때 '너는 뭐든지 잘할 수 있다, 너는 미스코리아감이다 '하시면서 자신감을 심어주셨습니다. 일생을 살아가면서 어릴때 부모님께 받았던 무한한 사랑이 큰 힘이 되었죠. 부모님한테 받는 사랑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릅니다. 부부관계든, 친구관계든, 사회생활하면서의 인간관계는 'Give and Take '인 경우가 많은데 부모님의 사랑만은 무조건적인 사랑이잖습니까? '꽃할머니 '라고 불리던 제 어머니는 집 앞마당에 노란 핑크빛 장미가 피면 그 장미를 꺾어서 제 책상의 화병에 꽂아주셨습니다. 성남동 산 6번지 불란서식 청기와집이 바로 저희집이었는데요. 석유곤로와 온갖 주물종류, 생활필수품를 만드는 회사인 조광공업사를 운영하셨던 아버지 덕분에 어린 시절을 매우 유복하게 보냈습니다. 오빠들은 집 앞마당 잔디밭을 자전거를 타고 다녔죠. 담을 타고 화단에 꽃이 심겨진 울타리 쪽으로 수세미와 유자,나팔꽃 터널이 있었습니다. 화초호박과 조롱박이 함초롬이 피어있었죠. 아버지는 연탄화덕도 만들어내신 분인데 나중에 사업에 실패하시고 일찍 돌아가시게 돼 아쉬움과 그리움이 큽니다. 그래서 제가 '작은 그리움들이 모여 서로에게 힘이 되고 위로가 될 수 있게 하소서 '라는 그리움의 문장을 좋아하게 됐나봅니다.
제가 장애인들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 주요 계기는 제 양어머니가 장애인이신 이유도 있습니다. 미국에서 선교사로 활동하시는 제 양어머니 권안나 목사님은 다리가 불편하신 분인데요. 열정과 사랑이 넘쳐흐르는 분이지요. 얼마나 저를 극진히 사랑해주시는지 미국에서 저에게 보내주신 편지글들을 모아
제 양어머니가 저를 위해 쓰신 편지글중 '나의 사랑 나의 아가 '라는 글 일부를 소개해드릴게요.
'내 아가는 엄마 가슴의 솜옷/희고 따뜻하고 보드럽고/원래의 박 아비가는 이런 사람//깨끗하고 따스하고/그리고 보드라운 마음의 부자입니다.//내 사랑 나의 동역자 은혜로운 선교사님,/만인의 귀감이 되고 있는/박 아비가 박사님/'교육은 사업이 아니라 사명 '이라 한/그 슬로건은 만인을 감동시켜 가는/움직이는 발언,/구호만이 아니라 잠을 줄여가며/일하는 멋진 리더/존경스럽네요,/내 분신인 따님!(중략)'
위 편지글에 나오는 '아비가'는 양어머니가 저에게 지어주신 성경 이름이에요. 양 어머니가 저에게 써주신 이런 극진한 편지글들이 책 한권을 만들어낼 정도랍니다. 너무나 고마운 분이지요.
-박 대표님은 그동안 어려운 이웃들을 정말 많이 도와주며 살아오셨는데요. 인정이 참 많으신 것 같습니다.
▲제가 대학때부터 봉사활동을 많이 했는데요. YWCA 활동도 이때부터 했습니다. 어머니, 아버지가 어려운 사람들에게 많이 베푸시는 것을 보고 자란 영향이 큽니다. 어머니, 아버지는 잠자리가 없는 걸인들을 집에서 재워 보내시고, 김장을 해서 먹여보내시고, 남에게 베푸는 일을 잘하셨습니다. 그런 모습들을 어릴때부터 보고 자라다보니 자연스레 몸에 체득하게 된 것 같습니다. 제가 잘살고 부자여서가 아니라 어렵고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챙겨주고 도와줘야 된다는 생각을 늘 하면서 살아왔습니다. 그래서 다문화대안학교도 만들게 된거죠. 미국에서 일어난 LA 폭동도 소외당하고 인종차별당하는 사람들의 분노가 표출된거잖아요. 우리나라의 다문화인구가 15만여명인데 이 사람들이 소외당하고 억울한 일을 당해 분노가 새겨진다면 제대로 치유되지 않고 언젠가는 폭발해 터져나올겁니다. 우리 국민들은 다문화가족을 한 국민으로 받아들이고 차별대우를 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할 것입니다.
-박 대표님, 대표님이 이사장으로 계신 R-school에 대해 소개해 주실까요?
제가 3년째 이끌고 있는 R-school은 대전지역에서 다문화가정 자녀들을 위해 만들어진 최초의 다문화대안학교인데요. 지난해 NGO로 등록됐습니다. 여기서 'R '은 섬긴다는 뜻이죠.
R-school은 구 도청사 앞 선화동 교회에서 매주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아이들에게 다양한 학교 밖 교육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학교보충수업과 1대 1 수학교육, 심리상담과 치료, 음식만들기, 오카리나와 우크렐라를 이용한 음악프로그램, 현장체험학습, 전통놀이체험 등을 하고 있지요. 안전을 위해 아이들을 직접 등하교시키고 점심과 간식까지 챙겨주니까 살뜰한 운영이라고 입소문이 나면서 찾는 아이들도 점차 많아지고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정서적으로 필요한 교육을 통해 이들이 정상적으로 교육을 받고 부모와의 원활한 대화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심리상담과 오카리나 등 악기 연주와 요리를 가르쳐줍니다. 점심도 먹여주고 영어, 수학은 기본으로 가르쳐주고 학습 부진아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있죠. 우리 문화를 알리기 위해 소풍도 가고 문화체험도 갑니다. 아이들을 존중하고, 배려하고, 섬기고, 사랑해주는 대안학교인데요. 올해로 3년째 이사들 15명의 회비로 운영하고 있답니다. 그래서 지난달 30일엔 대전새중앙교회 1층 웰컴카페에서 '꿈, 희망, 행복 '나눔 일일찻집을 열었지요. 다문화가정 자녀들을 위한 학교인 R-School 운영기금 마련을 위한 행사였는데요. 봄에는 일일찻집을 열고, 가을엔 자선음악회를 열고 있답니다. 현재 약 30여명의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R-School 을 이용하고 있지요. 처음엔 다문화가정 아이들 1,2명으로 시작했는데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박 대표님, 한국교육사회적협동조합 대전충청본부장을 맡고 계신데요. 대표님의 교육 철학이 궁금합니다.
▲저는 20여년 전 관공서와 학교 등에서 컴퓨터 교육강사로 사회 생활을 시작한 뒤 학교교육사업을 진행하는 기업의 지역본부 책임자로 일해왔습니다. 현재는 방과후 교육과 강사 연수, 체험학습을 전문으로 하는 한국교육사회적협동조합의 대표로 활동하고 있지요.
저는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게 아이들에게 꿈을 키워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꿈이 희망이 됩니다. 그런 것을 어떻게 가르치느냐가 늘 제 연구과제인데요. 가르치는 사람도 행복하고, 아이들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게 제 교육 사업의 주제입니다. 교육사업을 하면서 사업이라고 생각해본적이 단 한번도 없습니다. 사업이 아니고 사명이라고 생각하죠.
우리나라 전자계산학계의 큰 획을 그으신 분으로, 경남대학장을 지낸 한판암 경남대 컴퓨터공학부 교수님이 이종사촌 오빠신데 이 분의 권유로 대학에서 전자계산학을 전공하게 되면서 교육계에 몸을 담아 13년동안 컴퓨터 강의를 했답니다. 교육부의 민간 위탁 컴퓨터 교육이 방과후 교육의 시초가 된거죠. 제 인생의 키워드를 오라버니께서 제공해주신 셈입니다. 교육이 사회를 변화시키는게 의미있고, 사람들을 만나는게 좋아서 교육사업에 평생 몸담게 됐네요.
-박 대표님, 에듀비전은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 소개해주실까요?
▲저희 에듀비전은 '꿈, 희망, 행복한 교육 '을 목표로 하는 방과후 교육 전문기관입니다. 교재와 컨텐츠 개발을 하고 있죠. 자유학기제를 맞아 찾아가는 진로직업체험교육을 합니다. 찾아가는 문화예술공연체험교육인 스쿨콘서트도 열고 있죠. 강사연수와 기업연수를 비롯해 역사와 과학체험, 해외탐방체험도 맡아 합니다. 금연과 자살예방, 인성교육 운동본부 활동도 하죠. 이밖에 영어, 한자, 수학 자격검정인 KEP와 창의소프트웨어센터인 CSK 자격검정 일도 하고 있습니다.
올해부터 방과후학교 운영 위탁업체 선정이 최저가입찰제로 바뀌면서 '찾아가는 진로체험교육' 등 학교현장이 필요로 하는 양질의 교육프로그램 개발에 힘쓰고 있습니다. 미래창조과학부의 지원으로 3D프린팅 무료 교사양성과정을 진행하는 등 최신 트랜드를 반영한 프로그램 운영에도 적극 나서고 있지요.
-박 대표님, 앞으로의 계획을 들려주실까요?
▲지금 하고 있는 교육사업을 잘 안정화시켜서 직원들에게 이어받도록 하고, 저는 4년후 제 나이 60이 되면 이 자리에서 물러나고 싶습니다. 저를 대신해 인재들을 키워서 '제2의 박춘자 '가 될 수 있도록 후배 양성에 힘쓰고 싶습니다. 저는 60 이후엔 오로지 봉사만 하며 살고 싶은게 꿈입니다. 대안학교도 안정화시켜 놓고 후배들에게 인계하고 난 뒤 저는 몸을 움직이며 봉사하는 일에 헌신하고 싶습니다. 수수하고 겸손하고 조용하게 살면서 제 나이 70이 되면 시집을 한권 내고 싶은 소박한 꿈을 갖고 있습니다.
대담·정리=한성일 취재4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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