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른 스펙쌓기 부추겨… 경제적 부담
직무적합도·인성 최우선 풍토 자리잡아야
“널린 게 B학점이에요. 요즘 학점은 스펙에 끼지도 못해요.”
대학가에 과도한 학점 인플레 현상으로 변별력이 떨어지면서 또다른 스펙 쌓기를 부추긴다는 지적이다.
8일 본보가 대학알리미에 공시된 ‘2015년 졸업생의 졸업 성적 분포’를 분석한 결과, 대전지역 4년제 대학 졸업생 중 B학점(100점 만점에 80점) 이상을 받은 비율이 평균 86.5%이다. A학점 이상을 받은 학생은 26%로 집계됐다.
학점이 가장 후한 대학은 목원대, 충남대, 한남대, 건양대로 10명 중 9명이 B학점 이상을 받았다.
이어 우송대 88.4%, 배재대 87%, 대전대 83.5%, 한밭대 82.9%, 을지대 67.7% 순이다.
A학점(90점) 이상 비율은 우송대와 건양대가 각각 37.8%, 36.2%로 가장 높았고 충남대 30.8%, 한남대 28.7%, 목원대 27.2%, 배재대 23.8%, 한밭대 23.4%, 대전대 17.6%, 을지대 9.3%로 뒤를 이었다.
대학 내 ‘학점 퍼주기’ 현상이 계속되고 있는 것은 극심한 취업난 탓에 교수들이 학생들의 성적을 높게 줄 수밖에 없는 관행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취업률’이 주요 지표로 반영되는 것도 한 이유다.
취업이 워낙 어렵다보니 학생들 사이에서도‘대학이 좋은 성적표를 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여기고 있다는 게 대학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학점의 변별력이 사라지자 학생들은 자격증 취득과 대외활동과 같은 스펙 쌓기에 경제적 부담이 느는 등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지역대 취업지원팀 관계자는 “학점의 영향력이 사라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기업에서 학점은 성실도를 평가하는 데 중요한 요소로 반영된다. 가뜩이나 지방대에 대한 차별이 심한데 학점까지 낮으면 힘든 현실이다”라며 “근본적인 대책은 취업시장에서 스펙이 아닌 직무적합도나 인성 등을 최우선으로 하는 풍토가 자리잡는 것”이라고 말했다.
성소연 기자 daisy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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