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은방 내부 CCTV 영상. |
불법 스포츠 도박 때문에 범행 저질러
귀금속 털고 나오는데 걸린 시간 ‘40초’
#CCTV 영상 1=18일 오전 5시께 유성구 관평동 모 금은방 앞. 후드티 모자를 뒤집어 쓴 한 남성이 계속 두리번거렸다. 초조한 듯 여기 저기 둘러보다 양손으로 야구스윙 포즈를 취했다.
몇 초가 지나자 같은 복장의 두 남성이 나타났다. 한 명은 큰망치를, 다른 한 명은 손망치를 들은 채였다. 한 남성이 힘껏 큰망치를 휘두르자 금은방 출입문이 산산 조각났다.
#CCTV 영상 2=같은 시간 모 금은방 안. 괴한들이 다가오더니 출입문을 망치로 부쉈다. 한 남성이 발과 손으로 틀에 남아있는 유리를 떼어낸 뒤 금은방 안으로 침입했다.
그는 오른손에 쥔 망치로 진열대를 내리쳤다. 그러더니 귀금속을 가슴 앞으로 돌려 멘 가방에 집어넣었다. 몇 초 뒤 물건을 다 챙긴 듯 황급히 자리를 떴다.
금은방 출입문을 망치로 부수고 들어가 귀금속을 턴 20대 남성 3인조가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불법 스포츠 도박을 하다 쌓인 빚을 갚기 위해 이같은 범행을 저질렀다.
대전 유성경찰서는 심야시간 금은방을 침입해 3000만원 상당의 귀금속을 훔친 혐의(특수절도)로 A(26)씨와 B(29)씨, C(29)씨 등 3명을 구속했다고 27일 밝혔다.
고향 선후배인 A씨와 B씨는 대전에서 택배기사로 일했다. 이들에게는 한 가지 고민이 있었다. 불법 스포츠 도박에 빠져 5000만~6000만원의 빚더미에 앉았기 때문이다.
빚이 점점 불어나자 이들은 장난처럼 “금은방이라도 털자”던 말을 실행에 옮기기로 했다. A씨는 대전지역 금은방 곳곳을 돌아다녔다. 인적이 드물면서도 CCTV 사각지대를 노렸다.
그 결과 관평동의 한 금은방을 털기로 결정했다. 새벽에 사람이 다니지 않고 대로변이라 도주에도 편리해 보였기 때문이다. 수차례 현장을 사전답사하고 두 번이나 도주로를 확인했다.
완벽한 범행을 위해 B씨는 보안업체에서 일한 적이 있는 C씨를 끌어들였다. C씨는 “경비업체가 오기 전, 1분 안에 끝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3인조가 된 일당은 역할을 분담했다. C씨가 망을 보는 동안 A씨는 큰망치로 출입문을 부쉈고, B씨는 귀금속을 쓸어 담았다. 이들이 범행을 끝내는 데는 겨우 40여초. 3인조는 준비한 차량과 오토바이를 이용해 도주했다.
이들은 미리 정해둔 접선장소에서 반지, 팔찌 등의 귀금속을 나눴다. 방법은 ‘가위바위보’였다. 이긴 사람이 값비싸 보이는 물건을 챙겼다. 훔친 귀금속은 전당포나 귀금속 매입 업체에 팔았다.
하지만 3인조는 범행 일주일 만에 경찰에 붙잡히고 말았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도박 빚을 갚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양문상 유성서 형사과장은 “피의자들이 처분하지 못한 500만원 상당의 귀금속을 압수 회수하고, 이미 처분한 물건에 대해서는 장물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신속한 수사와 총력대응체제 구축으로 범죄로부터 안전한 지역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송익준 기자 igjunba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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