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일 대전 KIA전에서 8회 2사 1루 상황에서 하주석의 2루타 때 홈으로 돌진하는 정근우 선수 = 한화이글스 제공 |
한화 이글스의 주장 정근우(34)가 희망을 이야기했다.
정근우는 26일 대전 KIA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후배들이 ‘이제 장난 그만 하고 야구하자’고 말하더라”면서 “(심)수창이형은 ‘공사장 가서 각목 하나 갖고 와라. 내가 각목으로 쳐도 너보다는 잘 치겠다’고 농담하더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팀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선수단 분위기는 괜찮다. 위기가 빨리 찾아왔다고 생각한다. 아직 시즌 시작한지 한 달도 안 됐다. 앞으로 5개월이 더 남았다”고 밝혔다.
시즌 전 예상과 달리 한화는 최근 4승 16패를 기록 중이다. 최근 몇 년간 500억원을 투자하며 전력보강을 이룬 것을 생각하면 다소 의외다. 초반 부상으로 선발진이 무너지면서 시즌을 어렵게 끌고 가고 있다. 여기에 감독의 선수단 운영방식까지 여론에 질책을 받으면서 더 큰 위기를 맞았다. 정근우는 주장으로서 이런 팀 분위기를 다잡고자 애를 썼다. 삭발도 정근우가 먼저 제안하며 이뤄졌다.
팀이 힘들어지자 정근우 개인에게도 영향이 왔다. 시즌 초반 좋았던 타격감이 떨어지며 어느새 타율 2할4푼7리를 기록 중이다. 14일 대전 두산전에 공을 맞은 이후 타격감이 더욱 안 좋아졌다. 정근우는 “사구와 엮지 않겠다. 핑계를 대지 않겠다”면서 “초반에도 타격감이 좋지 않았다. 운이 좀 따랐다”고 밝혔다.
이어 정근우는 “감이 왔다 갔다 하면서 생각이 많아졌다. 몸이 안 좋은 건 아니다. 매번 경기를 지다 보니 나도 모르게 지쳤다”면서 “밥을 먹어도 소화가 안되더라. 잠도 잘 안왔다. (21일 부산 롯데전) 한 번 이기고 나니 잠이 정말 잘 오더라”라고 말했다.
정근우는 “인생이 원래 그렇다. 굴곡이 있지 않은가. 힘들었던 만큼 앞으로는 좋은 일도 분명히 생길 것. 기적이라는 드라마를 한 번 만들어 보겠다”고 다짐했다.
정근우의 희망처럼 이날 한화는 KIA에 4-2로 승리했다. 선발 마에스트리가 6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줬으며, 김태균은 올 시즌 첫 홈런포를 터트렸다. 한화는 이날 승리로 3연패를 끊어내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특히 정근우는 이날 8회 2사 후 볼넷으로 출루한 후 하주석의 2루타와 KIA 좌익수 나지완의 실책 때 홈까지 들어오며 쐐기점을 올렸다.
3-2 한점차로 쫓기던 상황에서 만든 귀중한 점수다. 정근우는 나지완이 공을 더듬는 사이 홈까지 전력질주를 했고 온몸을 날려 홈을 파고들었다. 승리를 위한 정근우의 투지를 엿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한화는 현재 1위 두산과 11.5경기 차다. 초반 부진을 만회하기가 분명 쉽지 않다. 하지만, 아직 시즌 초반인 만큼 포기하기는 이르다. 전력을 가다듬는다면 한화도 분명 기회를 만들 수 있다. 정근우의 말처럼 한화가 기적의 드라마를 만들 수 있을지 지켜보자. 이상문 기자 ubot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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