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고 웃으며 함께한 20년, 아들은 내 인생에 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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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고 웃으며 함께한 20년, 아들은 내 인생에 축복”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 뇌병변 장애 1급 재원이 엄마의 편지 “목사의 꿈 도와주고파”

  • 승인 2016-04-19 18:27
  • 신문게재 2016-04-19 1면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 뇌병변 1급장애를 앓고 있는 김재원(왼쪽)씨와 김씨의 어머니 서미광씨.
▲ 뇌병변 1급장애를 앓고 있는 김재원(왼쪽)씨와 김씨의 어머니 서미광씨.

안녕하세요. 중도일보 독자 여러분? 저는 재원이 엄마랍니다. 눈치 빠른 분들은 아시겠지만 ‘장애인의 날’을 맞아 장애를 앓고 있는 아들을 둔 부모로서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매일 웃고 울며 아들과 함께한 20년의 세월을 짧은 글에 다 담을 수는 없겠죠. 하지만, 꼭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 들려 드리려고 합니다.

재원이는 1995년 9월 21일 태어났습니다. 몸을 움직일 수 있게 명령하는 뇌 부분이 정상적으로 발달하지 않은 채였죠. 제 삶과는 상관없을 줄 알았던 ‘뇌성마비’, ‘사지마비’ 등의 단어가 들려왔고, 재원이는 ‘뇌병변 1급 장애’ 판정을 받았습니다. 사실 재원이를 조산했어요. 조산으로 인해 뇌성마비가 올 수 있는 경우가 10%라고 하던데, 재원이가 그 10%에 속한거죠.

네 미안해요. 정말 미안하죠. “내가 잘못해서 이런 아이가 태어났다”는 죄책감, 자책감이 몰려왔죠. 나중에는 우울증까지 오더군요. 하지만 “내 자식이고, 내가 엄마”라는 생각을 하면 힘이 나더군요. 이 생각은 지금까지 재원이의 치료를 단 한 번도 거르지 않게 해준 원동력이었던 것 같아요. 뇌성마비 환자들은 정기적인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재원이가 태어나면서 제 삶도 바뀌었죠. 운영하던 웅변과 태권도학원을 정리하고 재원이에게 말 그대로 ‘올인’ 했습니다. 장애는 사회가 아닌 각자 부모가 감당해야할 부분이더군요. 솔직히 열심히 하면 재원이가 두 다리로 멀쩡히 걷고, 말도 또박또박 할 것이라는 희망도 있었답니다. 그런데 야속하게도 현실은 그렇지 않더군요.

재원이를 챙기려면 저부터 건강하고 튼튼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어요. 신장이 좋지 않다 보니 병원을 자주 가야했고 심지어 수술, 입원까지 한 날도 많았죠. 재원이가 5살 때 병원에 간 적이 있었습니다. 한 할머니께서 아이에게 묻더군요. “커서 뭐가 되고 싶냐”고요. 재원이는 “목사가 되고 싶다”고 했죠. 어눌했지만, 진심이 느껴지더군요. “내가 힘내야 겠다”, “정신 차려야겠다”는 다짐을 했어요.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재원이 옆을 지켰죠. 다른 아이들과 달리 이름 석 자도 못 쓰는 재원이를 옆에서 지켜보며 제가 선생님 역할을 했어요. 하루 종일 같이 생활한 셈이죠. 가슴 아픈 일도 많았어요. 저도 모르는 사이 학교 아이들은 재원이를 은근슬쩍 무시했고 심지어 괴롭히는 녀석도 있었죠. 재원이가 항상 웃기만 해서 그랬다더군요.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는 함께 힘을 냈고, 재원이는 올해 대전신학대에 진학했어요. “목사가 되겠다”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죠. 이번 주에 심리학 과목 시험이 있어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어요. 아들의 공부를 도와주던 중 저는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죠. “엄마의 사랑을 받았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웃으며, 베풀며 살 수 있다”고 하더군요. 지금까지 고생한 순간순간이 머리에 파노라마처럼 그려지더니 눈물이 핑 돌더라구요. 모두 알고 있었던 거죠. 기특하죠?

저는 재원이 같이 뇌성마비를 앓고 있는 아이들을 돕기 위해 대전뇌성마비부모회를 운영하고 있어요. 힘들어도 다 함께 동물원이나 영화관을 찾아 즐거운 시간을 보내요. 가끔 재원이는 부모회를 그만두라며 떼를 쓰기도 해요. 자신에게만 집중해주길 바라는 거에요. 그래도 저도 나름 꿈이 있어서 재원이를 설득하고 있답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공부할 수 있는 대안학교와 복지관을 만드는 것 말이죠.

▲ 김재원(왼쪽)씨와 김씨의 어머니 서미광씨.
▲ 김재원(왼쪽)씨와 김씨의 어머니 서미광씨.


옛날과 다르게 우리 재원이를 보는 시선이 많이 바뀌긴 했어요. 예전에는 딱하다는 듯, 불쌍하다는 듯이 가만히 서서 쳐다보거나 손가락질을 하시는 분도 있었죠. 저도 발끈해 싸우기도 했지만, 장애인도 같은 사람이랍니다. 따뜻한 시선보다도 같은 사람으로서 인정하고 바라봐 주셨으면 좋겠어요. 시설이나 법, 제도도 많이 좋아졌다지만 제 느낌에는 별로에요. 장애인화장실 문이 잠겨있거나 아예 없는 곳도 여전히 많아요. 유일한 이동수단인 장애인 콜택시는 한참을 기다려야 하죠.

저는 곧 있으면 ‘목사안수’를 받아요. 틈나는 대로 공부를 해왔어요. 제 꿈인 대안학교를 운영하려면 이에 맞는 실력과 인성이 필요하기도 하고 재원이가 꿈을 이룰 수 있게 도와주고 싶어서였죠. 재원이는 어렸을 때 ‘하나님의 말씀교회’라는 이름까지 생각해 놨어요. 재원이가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만큼 모자가 갖고 있는 꿈에 한 발짝 다가선 느낌이랄까요. 앞으로 많이 응원해주세요. 저희 말고도 장애를 앓고 있는 우리 사회 모든 친구들도요. 아 참 오해하실 것 같아서 한마디만 하고 마무리할게요. 제가 가장 기뻤던 순간은 재원이가 태어난 순간이랍니다.

송익준 기자 igjunbabo@

※ 이 기사는 뇌병변 장애1급인 김재원(20)씨의 어머니 서미광(58)씨와의 인터뷰 내용을 토대로 서씨의 시점에서 재구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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