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지역(세종 포함)의 가계부채가 은행 주택담보대출과 고신용층을 중심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대비 부채규모 등을 고려했을 때 채무상환능력은 양호한 편이지만 금리 상승이나 주택가격 하락 같은 외부충격이 발생하면 부실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전국 평균보다 높은 가계부채 증가세=17일 한국은행 대전충남본부(본부장 김한수) 옥지훈 조사역과 주진철 과장이 발표한 '대전·충남지역 가계부채 리스크점검' 자료에 따르면 전국의 가계부채는 2015년말 기준으로 1207조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대전·충남지역 가계부채는 81조1000억원으로 2012년부터 4년간 연평균 11.2% 늘었다.
이같은 가계부채 증가속도는 전국(7.2%) 및 수도권 평균(6.3%)에 견줘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2014년 8월 예금은행·비은행금융기관 구분 없이 모든 금융기관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70%, 총부채상환비율(DTI)은 60%로 일원화하는 규제완화 조처와 대출금리 하락에 힘입은 것으로 풀이된다. 예금은행의 신규가계대출 가중평균 대출금리는 2013년말 4.10%에서 2014년말 3.55%, 지난해말엔 3.23%까지 내려갔다.
▲가계부채 견인한 고연령층·주담대=가계부채 증가는 주로 은행 주택담보대출이 이끌었다.
작년 3분기 예금은행 대출 비중은 49.2%로 2014년 1분기와 비교해 1.5%포인트 상승했고 비은행기관은 같은 폭으로 하락했다. 주택담보대출 비중도 44%에서 45.2%로 1.2%포인트 높아졌다.
돈을 빌려 쓴 차주(借主)들은 신용등급이 높고 나이가 많다는 특성을 보였다.
1~3등급 고신용층의 부채는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며 지난해 3분기 전체 가계부채의 57.9%(전국 61.9%)에 이르렀는데 이는 2012년 1분기 대비 무려 14.5%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연령별로는 60대 이상 고령층의 가계부채비중이 점차 늘어 전체의 15.2%(전국 15.9%)까지 상승세를 탔다.
저신용층(7~10등급) 차주 가운데 60대 이상의 비중이 14.2%에서 17.7%로 커졌고 차주 1인당 부채도 소폭 증가한 점이 눈에 띈다.
▲'양호하지만 우려스럽다'=대전·충남지역의 가계부채는 소득대비 부채 비율과 연체율이 전국 평균보다 낮아 채무상환능력이 상대적으로 양호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4년말 기준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대전 123.8%, 충남 132.0%로 전국(142%)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다만 지역 내 가계부채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2012년말과 비교한 비율 상승폭이 대전 12.7%포인트, 충남 7.1%포인트로 전국 3.7%포인트의 3배를 웃돈다.
또 저소득층(1분위)의 원리금상환비율이 85.6%, 가처분소득 대비 금융부채는 725.0%로 저소득층의 원리금상환 부담이 매우 크다는 것을 미뤄볼 수 있다.
지역의 1인당 소득 대비 소비 비율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원리금을 갚아야 하는 부담이 더해지면 소비심리가 나빠져 실물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주택시장에 잠재된 위험=주택담보대출은 증가하는데 미분양주택이 늘어나고 주택가격 상승률은 크게 둔화하는 등 주택가격 하락압력이 커지는 것도 잠재적인 위험으로 지적된다.
역내 주택담보대출금은 35조8000억원으로 부동산가격 상승과 함께 증가세도 이어졌다.
작년 12월 현재 미분양주택은 1만324호로 1년 전보다 6609호 늘었다. 주택가격 상승률은 전국 평균 4.4%를 훨씬 밑도는 0.5%(대전), 0.4%(충남)에 불과하다.
대전·충남은 가계자산 중 실물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74.8%로 다른 지역에 비해 높다. 자산 유동성이 낮아 주택가격 하락 위험에 취약하다는 얘기다.
전국평균 27.4%를 상회하는 주택가격 대비 금융부채(30.0%)는 집값 하락에 따른 담보부실 가능성을 높인다.
주택가격 10% 하락을 가정한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가계부채 부실위험가구는 8.7%에서 10.7%로 오르고 위험부채비율도 22.0%에서 24.6%로 증가했다.
금융시스템 스트레스 테스트는 실현 가능성 있는 사건에 대한 금융시스템의 잠재적 취약성을 측정하는 조사방법이다.
대전과 충남의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은 각각 올 1월 기준 67.0%, 68.8%를 유지하고 있어 전세가가 급락할 경우 임대인의 전월세보증금 반환리스크가 확대될 우려가 제기된다.
▲대출구조의 잠재리스크=가계대출을 금리형태로 살펴보면 변동금리대출 비중은 2012년말 76.1에서 70.8%로 낮아졌으나 전국평균(68.6%)보다 높은 수치다.
고정금리대출은 10.0%에서 7.4%로 낮아지며 증가추세인 전국과 다른 양상을 보였다. 그사이 혼합형은 13.9%에서 21.8%로 크게 늘었다.
때문에 지역의 가계대출이 금리상승 충격에 취약할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금리가 지금보다 200bp(2%) 오르면 위험가구 및 위험부채 비율은 각각 11%, 25.1%로 상승한다는 게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다.
주택담보대출 중 비거치식 분할상환 비중은 전국에 비해 2.4%포인트 높은 34.8%였으나 상승폭은 전국평균(18.9%포인트)을 밑도는 13.6%포인트에 머물렀다.
정부가 올해초 가계부채 대책으로 발표한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의 핵심은 상환능력 내에서 돈을 빌려 처음부터 원금과 이자를 나눠 갚는 비거치식 분할상환 방식이다. 수도권은 2월 들어 적용됐고 비수도권은 5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한국은행 대전충남본부 주진철 과장은 “소득 대비 높은 부채 증가세, 집값 하락 위험, 저소득층 채무상환부담 및 높은 변동금리 비중 등은 향후 지역경제의 리스크 요인이 될 수 있다”며 “고정금리·분할상환 위주의 가계대출 구조 개선과 함께 일자리 창출을 통한 가계소득 증대, 주택연금 등을 활용한 고령층의 자산유동화로 가계 전반의 채무상환능력을 제고하는 정책적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승현 기자 hey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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