얻은 건 실패경험·인내심·무력감
지난 2월 대전지역 한 4년제 대학을 졸업한 A(25·여)씨는 여전히 학교 도서관에 다닌다.
아침 일찍 도서관으로 출근해 지정석처럼 찾는 곳은 한쪽 구석에 있는 칸막이석. 남의 시선과 마주치고 싶지 않아서다.
그는 지난해 취업전선에 뛰어들어 지금까지 수십군데 원서를 넣고 면접도 봤지만 돌아오는 건 ‘불합격’ 메시지 뿐이었다.
A씨는 “4학년이 되고부터 1년여 취업준비를 하면서 나 자신이 이렇게 부족한 사람인지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며 “이미 자존감은 바닥에 떨어졌고 어학 등 취업준비에 들어가는 돈도 만만치 않아 아르바이트라도 해야하나 고민중”이라고 말했다.
극심한 취업난 속에 취업준비생들이 자신감 상실과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에 따르면 구직자 763명을 대상으로 ‘취업 준비를 하면서 잃은 것이 있는가’ 물었더니 76.3%(582명)가 ‘있다’고 답했다.
무엇을 잃었느냐는 질문에 취준생들은 ‘자신감’(64.4%·복수응답)을 가장 많이 꼽았고 이어 돈(53.4%), 자존심(49%), 시간(45.4%), 인간관계(42.6%), 꿈(37.8%), 청춘(36.8%), 열정(36.6%) 등이 뒤따랐다.
건강(28.5%)과 자유(26.6%), 가족과 유대감(23.9%)에 양심(6%)을 잃었다는 답변도 있었다.
선택한 것을 잃게 된 이유는 취업에 대한 압박감이 커서(72.9%·복수응답)라거나 취업에 계속 실패해서(56.5%), 돈 드는 곳이 너무 많아서(43%), 현실에 굴복해서(39.3%), 취업 준비와 병행할 수 없어서(28.2%), 취업 준비에 방해가 돼서(18.7%)라고 했다.
이와 함께 응답자의 절반 가까운 49.5%가 취업을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곧 구직의욕 감소(65.5%·복수응답)와 구직 집중력 저하(50.2%), 취업 눈높이 수정(45.4%), 묻지마지원(42.3%), 스펙준비 소홀(26.1%) 등의 부작용으로 이어졌다.
취준생 10명 중 7명(71.6%)은 취업에 성공한 뒤에야 잃은 것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여겼고 다시는 못 찾을 것 같다는 비율도 20%에 달했다.
또 전체 응답자 가운데 54.1%는 취업 준비로 얻은 것이 있다고 했는데 실패경험(52.3%·복수응답), 인내심(39.5%), 나이(32%), 무력감(30.5%), 외로움(29.3%), 패배감(27.4%) 등 다소 부정적인 것들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문승현 기자 hey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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