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틸에테르 괴담...그저 괴소문일 뿐
실제 마취되려면 5분 이상 계속 흡입해야
“길거리에서 수상한 사람이 마른 해산물의 냄새를 맡아 보라고 하면 꼭 주의하라”
대전 중구 한 건물 입구에 붙여진 ‘안내문’의 내용이다. 맨 위에 쓰인 ‘경찰청 긴급알림’이라는 문구에는 빨간색으로 네모 표시까지 되어 있다.
안내문은 “길거리에서 건어물이나 생선을 늘어놓고 맛을 보라며 떼어주든가, 냄새를 맡아보라며 코에 대어주는 행동을 취하면 꼭 조심하라”고 당부하고 있다.
그 이유로는 이들이 권하는 물품에 ‘에틸에테르’라는 일종의 마취약이 섞여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행동을 ‘중국에서 건너온 신종범죄’라고 소개했다. 안내문은 “이상 경찰청의 특별강조사항”이라는 말로 끝난다.
섬뜩하게 다가오는 이 이야기, 과연 사실일까. 정답은 ‘아니다’다. 취재 결과 에틸에테르라는 마취약이 없음은 물론 경찰에선 이런 내용을 안내하지도 않았다.
‘에틸에테르’는 이름은 다이에틸에테르, 에테르, 에톡시에테인이라 불리는 약에서 파생됐다. 실제 이 약은 마취 효과가 있다. 하지만 개구리나 쥐 등 실험실에서 사용되는 동물용 마취제다. 사람에게는 큰 효과가 없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냄새를 맡고 기절하려면 엄청난 양을 들이마셔야 한다”며 이 이야기를 괴담이라고 했다. 또 흡입형 마취제는 맡는 즉시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데, 최소 몇 분 이상 계속 흡입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상마다 다르지만 마취 효과는 생쥐 3분, 사람은 5분 이상 흡입해야 나타난다. 게다가 디에틸에테르는 냄새가 매우 독해 건어물과 착각할 수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지역의 한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는 “손수건에 마취제를 묻혀 코를 막아 사람을 기절시키는 것은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가능한 일”이라며 “마취 즉 호흡량을 조정하고 운동신경을 마비시키려면 최소 5분 이상 마취제를 흡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에틸에테르 괴담은 인터넷 포털과 페이스북, 트위터 등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도 손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냄새를 맡고 정신을 잃으면 휴대하고 있는 돈이나 물품을 모두 훔쳐간다”는 내용의 글이 수두룩했다. 심지어 “장기적출까지 당할 수 있다”는 경고까지 덧붙인 글도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 차원에서 에틸에테르와 관련된 내용이나 범죄를 안내한 적도 없고 이런 범행이 실제 이뤄진 경우도 없다”며 “일부 사람들이 단지 사회불안을 조장하거나 재미를 위해 괴소문을 만들어 낸 것 같다”고 밝혔다. 송익준 기자 igjunba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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