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근우 선수 = 한화이글스 제공 |
3-3으로 팽팽한 승부를 이어가던 5회 초 2사 1루에서 1루주자 이택근이 한화 선발 알렉스 마에스트리가 로진을 만드는 틈을 타 투구 전 도루를 시도해 성공시켰다. 경기 중 벌어진 정당한 플레이였지만, 한화로서는 기분이 나쁠 수 있는 장면이었다. 이후 마에스트리는 흔들리며 몸에 맞는공, 볼넷, 적시타를 맞고 역전을 허용했다.
6회 말 7-5로 역전에 성공한 한화는 1사 1,3루에서 1루주자 정근우가 넥센 투수 이보근이 로진을 만지려고 고개를 숙이자 2루까지 거침없이 질주했다. 이후 한화는 김경언의 볼넷 후 상대 실책을 묶어 2점을 더 달아나며 승부를 결정지었다.
정근우가 5회 상황을 똑같이 갚아주면서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장면이었다.
한화의 새 캡틴 정근우는 KBO리그의 대표적인 ‘악바리’다. 174cm의 작은 신장을 갖고 있지만 이를 극복하고자 누구보다 그라운드에서 열심히 뛰는 선수다. 야구에 대한 무한 욕심도 상당하다. 상대의 빈틈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그의 플레이는 2007∼2012년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한 SK 야구의 모든 것을 대변했다. 야구팬들 사이에서는 “상대 입장에서 봤을 때는 정말 얄미운 선수”라는 말로 정근우를 표현했다. 그런 정근우가 올 시즌 한화의 주장 완장을 찼다.
올 시즌 정근우는 에너지 넘치는 모습과 강한 승부 근성으로 한화 선수단을 이끌고 있다. 훈련 사이나 더그아웃에서는 익살스러운 제스처와 말로 선수단의 분위기 메이커 역할도 자처하고 있다.
하지만, 경기에서만은 누구보다 근성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올해 스프링캠프에서 정근우는 “ 우리도 강팀이라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주겠다”며 기 싸움에서 지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상대방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면 그것을 끊임없이 파고 들어오는 게 승부의 세계다. 더욱이 야구는 흐름이 대단히 중요한 경기다. 정근우는 한화 선수단에 ‘강한 DNA’를 심어주고 있다.
또한, 정근우는 주장의 권위를 내세우지 않는다. 그는 항상 “우리는 하나”를 외치면서 팀이 최우선임을 항상 강조하고 있다.
정근우는 지난 시즌 초반 불의의 턱 부상으로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4월 22일이 되어서야 1군에 등록했다. 복귀 후에도 5월까지 타율 2할1푼5리에 그쳤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정 반대다. 초반 타격감이 너무 좋다. 3경기 연속 멀티히트를 기록하며 타율 5할3푼3리를 기록 중이다. 특히 초구부터 방망이가 적극적으로 나간다. 6안타 가운데 절반이 초구 공략으로 만든 결과다.
그만큼 타격감이 좋다는 이야기다. 이용규가 부상으로 빠진 가운데 1번 타자로 나서 제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다. 수비에서도 2루수로 나서며 여전히 안정적인 수비력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2일 LG와의 경기에서는 10회 말 멋진 호수비를 잡아내기도 했다. 특히 유격수 하주석과 3루수 신성현 등 어린 내야수들을 진두지휘하며 한화 내야진을 이끌고 있다.
주장 정근우의 ‘악바리’ 근성이 한화 선수들의 투지를 불러일으키길 기대해 본다. 이상문 기자 ubot1357@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